삶의 얘기

내 사랑은 어디에?

말까시 2013. 9. 30. 14:16

 

 

 

◇ 내 사랑은 어디에?

 

연 이틀 비가 내리더니만 상쾌함이 두 배다. 회색 빛 구름은 무엇이 아쉬운지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다. 구름과 구름사이로 보이는 쪽빛하늘은 시선을 하늘높이 올려 붙잡아 놓았다. 푸른 잎은 더 영롱하고 무성하게 자란 숲은 빈틈하나 없다. 하얀 솜털을 연상케 하는 억새는 점점 수분을 잃어 뾰족한 잎이 말라 비틀어졌다. 떠날 때도 되었는데 날파리는 무리를 지어 괴롭히고 있다. 포동포동 살이 오른 쥐들은 하수구를 드나들며 신났다. 흠뻑 적신 빗님 덕에 생기가 돌고 있는데, 내 사랑은 어디로 갔는지 종적을 감추었다.

 

삶이 더해질수록 멀어지는 것이 사랑이라 했던가. 나에게서 멀어진 사랑은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내리사랑으로 충성을 다하고 있다. 맹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내리사랑에 질투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옛날 같았으면 살만큼 살아 노인네라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지금 오십은 옛날의 삼십대와 같다고 해도 지나친 비약은 아니다. 아직 활용가치가 무한한데 아내는 내리사랑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잘못 간파하여 나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서운함이 하늘을 찌른다.

 

현상1, 월수토는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는 날이다. 아침 해가 밝아오면 제일먼저 집을 나서는 나는 현관 앞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를 가슴팍에 보듬어 안고 주차장 앞에 진열된 분리수거용 마대자루에 투척하고 출근을 해야 한다. 혹시 빈손으로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밥상머리에서 늘상 주지를 한다. 자다가도 벌떡일어나 쓰레기를 안고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가자미눈을 뜨고 감시를 한다. 사십대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다. 아내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 했었다. 마당쇠로 강등하여 죽도록 부려먹을 심상인 것 같다. 큰 오산이다.

 

현상2, 나들이를 할 때면 치약칫솔속옷 등 필수품을 손수 챙겨 가방에 넣었었다. 지금은 다르다. 내 것뿐만 아니라 자기 것도 찾아 챙기란다. 머리를 감고 화장하고 드라이 하는 것이 보통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좀처럼 나올 생각을 않는다. 몸집이 불어 면적이 커졌다 해도 샤워하는 시간이 그렇게 길수는 없는 것이다. 공중목욕탕이라 착각을 하는 것 같다. 화장하는 시간도 신혼 때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아무리 재촉을 해도 들은 채 만 채 자기 할 것 다하는 것을 보면 남편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 같다.

 

현상3, 자기 없으면 못산다고 설거지 하자마자 달려들던 아내는 어느 샌가 자정이 다가와도 거실에 머물러 있다. 화장실을 가는 척하고 “안자나” 한마디 던지면 대구도 없다. 목말라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마시려면 흘리지 말라고 대차게 명령을 한다. 나날이 피곤하다 하면서 명령을 내릴 때면 그 소리가 너무나 우렁차 이웃집 개가 짖어댄다. 다림질하는 모습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염색을 해 달라 하면 독한냄새가 미모의 얼굴에 금이 간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현상4, 주말마다 회식을 해주지 않으면 살맛이 안 난다고 하면서 내주머니를 털어간다. 수도권 맛집을 찾아 인터넷을 검색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검증되지 않은 곳은 절대 갈 수 없다며 사전조사에 빈틈없기를 주문한다. 난 아침을 스스로 해결 한다. 좀 일찍 출근하는 것이 미안해서 곤히 자는 아내를 깨우지 않는다. 아내가 나보다 먼저 일어나 부산을 떠는 때는 아이들이 일찍 학교에 가는 날이다. 미래를 보아서 투자의 가치가 나보다 났다는 계산을 오래전에 한 것 같다.

 

얼굴에 잔주름이 생기고 이마가 넓어지면서 M자가 머리위로 선명하게 들어나면서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나이가 들면서 근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백수건달도 아닌데 궂은 일 도맡아 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동방예의지국으로서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여성파워가 세졌다 해도 이렇게 홀대할 순 없는 것이다. “내 사랑 잘 있나” 요즈음 문자와 카-톡을 번갈아 보내고 있다. 요상한 눈초리를 하는 것을 보면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빼앗긴 내 사랑을 어떻게 회복한단 말인가. 일찍 귀가 하여 두루치기라도 해놓고 ‘빨랑와’ 카-톡이라도 날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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