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날 아침 스케치
여름 날씨가 제아무리 덥다 한들 이겨내지 못할 사람이 있을까. 녹음이 우거진 산속으로 들어가 잠시 머물다 보면 더위 따윈 온데간데없다. 푸른 잎들이 만들어낸 그늘은 싸늘하기까지 하다. 골짜기마다 흐르는 물은 시원하다 못해 얼음이다. 첨벙 발만 담가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장난기 많은 사람들의 개구쟁이 짓에 물세례를 받고는 개처럼 떨기도 한다. 가뭄이 들어 흐르는 물이 적어 아쉽지만 많은 사람들은 물놀이에 해가는 줄 모른다.
동이 트기 전 감자두개와 녹즙한잔을 마시고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불암산’이 해를 가려 보이지 않는다. 동부간선도로에 가득 메운 차들은 이른 시간임에도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고수부지에 자라고 있는 억새는 사람 키를 능가, 하늘 높은지 모르고 높아만 간다. 해가 다를수록 무성하게 자라는 풀들은 제법 생태계가 잘 형성되어 군집을 이루고 있다.
물가에는 새들이 날아들어 물질을 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소하천에 제법물이 많이 흐르고 있다. 하수처리장에서 고도 처리하여 상류로 끌어올려 방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물고기 떼가 무리를 지어 유영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소하천에 물이 흐르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되살아나는 하천의 모습을 보면서 자전거를 달리다다 보니 나의 건강도 덩달아 상승하는 느낌이다.
부지런도 하여라. 하천에 마련된 운동기구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새벽임에도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산책을 하는 여인들의 뱃가죽은 출렁이다 못해 춤을 추고 있다. 손잡이를 잡고 둥근 원을 돌리는 아줌마의 배꼽은 살이 덮어버려 보이질 않는다. 교각에 등을 대고 쿵쿵 쳐대는 아줌마는 자기영역임을 만천하에 알리듯 움직임이 강렬하다. 가위달리기에 올라탄 아줌마는 맹렬하게 발을 굴러 가랑이를 찢어 달린다. 숨을 헐떡이며 달리는 처자의 허벅지는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터에 나가는 시간에 운동하는 사람들은 여인들이 많다. 여인들이 질러대는 가픈 숨소리에 매료되어 저절로 고개가 돌아간다. 스치며 지나가는 여인에게서 날아오는 향기에 콧구멍이 커진다. 불쾌하다는 느낌보다 좋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오십이 넘으면 중성이 이라 하는데 아직은 남성이란 본능을 잊어버리지 않았나 보다.
삼십 분정도 달리다보면 하천에 마련된 자전거 길은 끝나게 된다. 차도 가장자리에 마련된 자전거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장애물이 너무 많다. 하천에서의 상쾌한 기분이 일순간에 달아나고 짜증이 밀려온다. 횡단보도도 건너야 한다. 고갯길도 넘어야 한다. 아무리 천천히 달린다 해도 등줄기에 땀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을 헤집고 달리는 길은 곡예운전이다. 보도를 마다하고 자전거 길로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전동휠체어도 느림보로 굴러가고 있다. 자전길이라 만들었지만 자전거길이 아니다. 자전거를 끌고 걸어야만 하는 구간이 점점 늘어만 간다.
천천히 걷다보면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노출의 계절이라 그런지 허벅지를 드러내놓고 다니는 처자들의 늘씬한 다리는 눈요기로 최고다. 얼굴보다 늘씬한 다리가 먼저 눈길을 빼앗아 간다. 그녀들을 스캔하는 시간은 단 삼초면 끝난다. 보다 많은 그림을 담기 위해 바로 채널을 돌린다. 차곡차곡 쌓인 그림들은 하루를 즐겁게 한다. 잘 먹고 잘사는 나라가 되어서인지 멋진 그림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에 살맛이 난다. 퇴근길 ‘홍등가’를 들려 눈요기를 제대로 한번 해볼까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