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한 명이 마신 맥주는 연간 78.4병, 소주는 71.3병을 마셨다고 한다. 그리고 맥주 소비량은 감소한 반면, 소주 소비량은 변화가 없었으며 위스키 소비량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밝혔다.
경기가 그렇게 좋지도 않은데 위스키소비량이 늘어난 이유가 무엇인가? 있는 놈과 없는 놈의 차이가 아닐까. 노무현정부가 들어와서 양극화해소를 위해서 정책 최우선 책을 이것저것 추진했지만 오히려 양극화의 골은 더 깊어 졌다. 더군다나 부동산 광풍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있는 놈은 더욱더 부가 늘어나고 없는 놈은 한없이 추락하여 소주 먹기도 벅차다고 시장골목마다 아우성들이다.
길거리의 버려진 깡통역시 둥글게 제 모습을 한 깡통은 하나도 없다. 술 먹고 화풀이에 배겨낼 깡통이 어디 있겠는가. 강통의 운명이야 어차피 재활용하기 위해서 압착해야 하는 운명, 서민들의 발길질에 자동으로 압착이 되어 고물상에서는 주당들에게 고맙다고 큰절을 했다고 한다.
맥주보다 가격이 저렴한 소주만 죽어라 퍼마셨으니 맥주소비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불로소득으로 불어난 부를 주체할 수 없어 흥청망청 비싼 양주를 물먹듯이 퍼마시었으니 자동으로 위스키소비량이 늘어나지 않을 수가 없지 않는가. 졸부들도 거듭 먹어대는 양주에 그 맛을 알아내는 해박한 지식을 터득하여 주당들의 수준도 평준화되었다. 따라서 가짜양주가 발붙일 자리가 없는 것도 위스키의 소비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겠다.
일년이 가도 양주한번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 서민들은 부담 없이 술술 넘어가는 소주가 최고의 술이다. 한 잔술에 삶의 애환을 달래보고 두잔 술에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소주는 유럽의 명품 양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양주가 떡갈나무에서 울어 나온 진한 향과 갈색으로 물들여진 알코올이 후각을 자극하지만, 소주는 녹색의 부드러운 술병에서 통통 쏟아져 내려오는 맑은 액체에서 청순함과 깨끗함이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그놈의 술 때문에 몸 망가지고 가계에 큰 부담을 줄뿐만 아니라 가정불화의 주범이기도 한다. 결국 지나친 음주로 인하여 가장 멋지게 살 수 있는 황금의 나이에 중년의 멋을 한순간에 빼앗겨 버린다.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불혹의 중년들, 이제 술독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나 역시 정신 못 차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부어라 마신 결과 비만에 고혈압까지 병을 얻어 약을 먹지 않고는 조절이 안 된다. 이쯤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자빠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밤을 낮 삼아 죽어라 활동하는 중년의 신사들이여 가끔 시간이 비는 간격이 점점 벌어지는 일이 잦지 않는가. 보통일이 아니올시다. 술과 벗 삼아 살지 말고 이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보자고 강력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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