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찜방의 풍경

말까시 2007. 3. 25. 23:33
 

찜방의 풍경


찜질방이 등장한지는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대중목욕탕이 조금 발전하여 싸우나가 생겼고 삶이 조금 여유가 생기자 휴게실을 갖춘 대형사우나가 등장하였다. 그러다가 건강이 사회이슈가 되다보니 보니 옛것을 찾게 되었다. 그 때 사업가의 머리에 스치고 지나간 것이 바로 한증막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출산후유증으로 평생 뼈마디가 쑤시는 고통을 안고 살았다. 치료라고 해야 일년에 한두 번 한증막에 가서 온몸을 지지고 오는 곳이 전부였다. 뜨거운 열기로 온몸을 찜질하고 나면 잠시 통증이 사라진다고 했다. 그렇게 일년에 한두 번 이용했던 한증막이 사업가들의 변신에 의하여 우리들 가까이에 찜질방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것이다. 더군다나 건강에 좋다고 하면 무조건 맹신하는 우리민족의 극성스런 성격과 맞아떨어져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나 둘씩 생기다 보니 동네마다 대형 찜질방 간판이 여기저기 보인다. 목욕도 하고 건강도 챙기고 잠시 쉴 수 있는 일석삼조의 아주 좋은 공간이기도하다.


처음에는 찜방이라는 것이 단순히 한증막이 전부였다. 그러나 나날이 발전하여 숯방, 황토방, 소금방 등 방 종류가 아주 다양해졌다. 휴식 공간 한편에는 극장을 비롯해서 PC방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각종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실내공간에 종합 레저타운을 옮겨놓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대형화 되었다. 한국인만이 누릴 수 있는 아주 독특한 문화의 한자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찜질방에서는 똑 같은 가운을 입고 있어서인지 잠시 일행을 찾으려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특히 찜질방에서 누워 있는 여성들은 한결같이 똑 같다. 이리저리 살피다 일행을 찾았다 싶어서 가까이 다가갔다가 아닌 것을 알고는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여성분들은 찜방에 오면서 아주 진하게 화장을 하고 오시는 분들이 있다. 누구한데 잘 보이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잠시 머물다가 목욕탕으로 내려가면 지워야 할 화장 아닌가. 이건 좀 이해하기 힘들다. 남녀가 같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감추고 싶은 부분이 있기도 하겠지만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로는 화장한 여성분들은 분명히 연인과 같이 온 분들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토굴방이라는 곳이 있다. 혼자 들어가서 잠시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다. 그런데 이 작은 공간에 가끔 남녀가 함께 누워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분명 입구에는 남녀 혼숙을 금한다고 안내 표지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용이 없었다. 들어가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한결 같이 젊은 애들이다. 애정행각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도 좋단 말인가.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등신인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사복 경찰 순찰 중’ 이라는 강력한 문구에도 별 효용이 없는 것 같다. 토굴뿐만 아니라 구석진 모퉁이마다 벌렁 나자빠져서 자기들만의 세계에 푹 빠져 엉켜있는 것을 보면 공중도덕이라고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최소한의 공중도덕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요즈음 애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나 요상하게 변한 것 같아서 내내 씁쓰름하다.


한국특유의 새로운 문화로 탄생한 찜질방,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화가 된지 한참 되었다. 새로운 휴식공간으로서 아주 멋진 곳,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세상만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놈의 술  (0) 2007.04.06
보신탕  (0) 2007.04.01
다시 동여맨 인연의 끈  (0) 2007.03.18
삶의 넋두리  (0) 2007.03.10
머피의 법칙  (0) 2007.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