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상속

말까시 2016. 10. 8. 12:00

◇ 상속문제로 산산이 조각난 우애

 

어제는 불금이었다. 마침 선약이 있어서 퇴근하자마자 달려갔다. 출발할 때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지하철에서 나와 보니 우산 쓴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약속시간이 지났음에도 나타나지 않는 지인들이 많았다.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인근야시장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였다. 마침 비도 내리고 해서 술맛이 좋았다. 덩달아 이야기꽃도 피웠다. 나이가 먹을 만큼 먹어서 인지 이야기 하나하나 철학이 담겨 있었다. 그중 상속문제로 우애가 깨진 지인이 있었다.

 

일직이 삼 형제는 서울로 와서 터전을 잡고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아이들도 잘 자라주어 문제가 없었다.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이 문제였다. 큰형의 꼬임에 집과 땅을 팔아 서울에 단독주택을 샀다. 그것도 큰형의 이름으로 등기를 한 것이다. 농사만 짓던 부모님은 상경하자마자 외로움에 못 이겨 병이 나고 말았다. 그렇게 앓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었다.

 

형의 명의로 된 단독주택은 헐어 빌라로 올렸다. 빌라로 올리는데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다. 업자는 전세금으로 건축비를 받아 가는 것으로 계약이 체결되었다. 땅주인 역시 돈 한 푼 안 들이고 4층짜리 건물을 얻은 샘이다. 매부 좋고 누이 좋은 격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상속문제를 들먹였다가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형수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 집은 아버지가 시골집과 땅을 팔아 장만 한 것으로 누나와 나에게도 엄연히 상속지분이 있는데, 무슨 권리로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것입니까“라고 따져 들었지만 막무가내였다. 대명천지에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단 말인가.

 

형의 명의로 되어 있는 빌라를 소송 아니고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머니가 중재를 할 만도 하지만 어머니 역시 무일푼, 형에 얹혀사는 신세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는 모든 것이 형의 계략에 순진한 부모님이 넘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형수가 욕심이 그렇게 많다고 치자. 큰형으로서 집안 대소사를 이끌어가는 막중한 책임을 생각한다면 좀 양보를 하고 형제간의 우애를 깨는 일은 막았어야 했다.

 

그 빌라가 있는 지역에 재개발에 들어간다고 현수막이 나붙었다. 집값이 뛰기 시작했다. 재산가치가 나날이 급상승했다. 다시 한 번 형을 찾아가 상속지분 이야기를 꺼냈지만 마찬가지였다. 형은 뒤에 숨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형수를 앞세워 일사천리로 몰아갔다. 재산에 눈먼 형수는 형제간의 우애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집안 행사나 제사 모시는 것 다 필요 없으니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 했다. 전통윤리를 뭉개 버리고 나만 잘 살면 그만이란 심보다. 재산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쩜 저리 욕심이 많을까. 어머니 역시 요양원으로 내몰고는 그 비용 한푼 내지 않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고 도를 상실한 형네 가족과는 담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시골 땅이 그대로만 있었다면 빌라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갑자기 그 가치가 천정부지로 솟았기 때문이다. 갈매역을 경유하는 동서고속철의 종착역이 바로 지인의 고향이었던 것이다.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상속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형제간의 우애는 한순간에 깨지고 만다. 부모가 살아 계실 때 교통정리만 잘 했어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아버지의 판단 착오로 자식들의 우애가 산산조각 났다.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조카들이 장성하여 결혼할 나이가 되었는데 과연 청첩장이 오기나 할까 그것이 궁금하다"라는 지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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