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늙고 병들면 요양원으로 가야만 하나

말까시 2016. 5. 26. 11:25


◇ 늙고 병들면 요양원으로 가야만 하나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도심공원을 가보면 노인들이 진을 치고 장기나 바둑을 두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들 또한 노인들의 비중이 크다. 보건소는 거의 노인들의 전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실버산업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실버시설에 불협화음이 들린다. 그중에서도 부실 요양원의 행태에 대한 보도가 끊이질 않는다.

얼마 전에 시골에 계시는 노모도 볼 겸해서 고향에 다녀온 적이 있다. 30여 가구가 되었던 시골마을은 빈집이 더 많다. 허물어져 흉물처럼 되어버린 빈집에는 벌레들의 천국이 되었다. 마당에 뿌리 내린 나무는 지붕을 넘어 하늘높이 솟았다. 절구통도 있고 외양간에 돌로 만든 쇠죽통도 빛바랜 채 그대로 있었다. 양철집은 녹이 쓸어 구멍이 송송 났다. 빨간 기와는 페인트가 벗겨져 회색빛 시멘트가 선명하다. 마을사람들의 생명수였던 우물은 덮개가 덮여져 있었다. 열어보니 하늘이 비치었다. 두레박이 있었으면 물을 퍼 올려 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다.

동네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사람하나 볼 수 없었다. 소음이라고 하는 것은 개소리와 날아다니는 새소리가 전부였다. 다들 어디 갔나 궁금했었는데 마을 회관에 가보니 백발의 할머니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정정했던 어르신들은 세월의 흔적을 감출수가 없었다. 자식이 아무리 많다 해도 같이 살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행복을 찾아 모인 곳이 마을 회관이다. 정부지원을 받아 지은 마을회관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피서지이고 겨울에는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랑방이다. 자식들이 다녀갈 때마다 힘이 솟는 다는 어르신들은 자주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흉물처럼 변해가는 고향마을에 언제나 새바람이 불까? 집집마다 할머니만 사는 유령의 마을로 변하는 것 같아 안타가울 따름이다. 다행히 외지인이 들어와 마을의 명맥을 유지 할 수 있었다.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를 비롯하여 성한 사람 하나 없다. “마을 입구 할머니는 폐암으로 운명을 달리 했고, 유모차를 의지하여 힘겹게 거동을 하던 빨간 기와집 할머니는 요양원으로 갔다.”고 말하는 엄마는 큰 한숨을 쉬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나이 들어 병들면 사는 것 자체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툭하면 느껴오는 통증에 자유로운 사람 없다. 병원을 들락거리는 일이 생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집마다 약봉지가 수두룩하다. 고혈압, 고지혈, 당뇨등 약 없이 산다는 것은 죽음이란 공식과 연결되어 불안과 공포가 엄습한다. 한주먹씩 털어 넣는 약물이 치유에 도움이 되겠지만 왠지 불편한 마음 가시질 않는다.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거동이 불편하여 사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요양원으로 가겠냐.”고 말이다.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절대 안 간다고 한다. “움직일 수 있는 그날까지 굳건히 지키겠다.”는 엄마는 요양원이란 말 자체를 싫어한다. 아들딸이 출가한 이후로 줄 곳 시골에서 농사일에 전념한 엄마는 죽는 그날까지 시골을 사수 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요양원에 가지 않고 밤새 안녕 하는 것이 소원이란” 엄마는 지팡이를 짚고 한발 한발 옮겨 마을 어귀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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