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봄의 숨결이 가득한 도봉산

말까시 2016. 3. 21. 12:12

 

◇ 봄의 숨결이 가득한 도봉산

천축사

예년과 마찬가지로 산님들로 가득한 입구에는 명동을 방불케 했다. 아웃도어 매장과 먹거리가 즐비한 골목길에는 곡차를 즐기는 주당들이 깔깔 웃어 댔다. 아침을 먹지 않고 부랴부랴 달려온 산님들이 마시는 막걸리는 삶의 애환을 달래는 명약이요 굳었던 얼굴에 호탕한 웃음을 선사한다. 물밀 듯 밀려드는 인파에 떠밀린 산님들은 골과 능선으로 흩어졌다.

겨울찬바람에 거칠어진 가지마다 꽃망울이 맺혀 있었다. 생강나무는 벌써 노란 꽃을 피웠다.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봄이란 계절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작은 돌과 큰 돌이 뾰족한 산길은 발바닥을 자극하고 앞길을 막았다. 바위를 피하고 돌아 오르는 길은 숨이 턱턱 막혔다. 단숨에 올랐던 시절이 엊그제였는데 세포가 많이도 사라졌나보다.

워낙 산세가 깊다보니 계곡에 물이 흐르고 웅덩이는 물로 가득했다. 낙차가 큰 곳에 폭포가 만들어지고 떨어지는 물소리가 컸다.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가 노닐고 그 위에 새들이 달려들었다. 울타리를 치고 접근금지를 알리는 팻말이 있었지만 욕심 많은 사람들은 돗자리를 펴고 여흥을 즐겼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눈총을 주었지만 나무라지는 않았다.

급경사로 이어지는 돌산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산님들을 품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돌과 돌 사이에는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고, 먹이 사냥에 여념이 없는 까마귀는 소리를 키웠다. 바위틈에서 나온 검은 고양이는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산사람들이 주는 먹이로 연명한 고양이는 경계의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야생성을 잃어버린 고양이는 사람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며 입맛을 다셨다.

산의 높이가 더해질수록 산님들의 숫자는 줄었다. 골짜기 양지바른 곳에는 돗자리부대가 많았다. 그들은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음식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모처럼 산바람에 즐거운 아낙들은 목젖이 보이는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술기운에 신이 난 털보 아저씨는 개똥철학을 전수하느라 침을 튀겼다. 봄이지만 잠시 멈춘 틈을 타 파고든 산바람은 소름을 돋게 했다. 술이 들어가 따스하건만 춥다고 움츠리는 여인도 있었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큰 바위가 엄청났다. 바위에 얹혀 있는 또 다른 바위는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만 같았다. 웅장한 절벽 양지바른 명당에는 천축사가 위용을 뽐냈다. 가을 단풍이 들면 얼마나 멋질까. 자운봉아래 지어진 천축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셔터를 누르게 했다.

드디어 정상을 밟았다. 탁 트인 시야는 도시를 저 아래 내려놓았다. 수락산과 불암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북쪽으로 사패산을 넘어 불곡산이 위용을 드러냈고, 서쪽으로 북한산이 줄기를 뻗어 넘어 갔다. 하늘은 해님이 반짝였다. 좁디좁은 신선대는 그림을 담고자 쟁탈전이 벌어졌다. 야호!를 마음속에 부르짖고는 하산을 서둘렀다. 갑자기 먹고 싶은 욕망이 솟아났다. 저 아래 펼쳐진 먹거리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빨리 내려가고 싶었지만 고갈된 에너지는 발걸음을 느리게 잡았다. 기진맥진한 육신을 끌고 하산에 성공한 산님들은 주막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그들이 떠난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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