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연인들의 천국 두물머리

말까시 2016. 4. 25. 16:19

 

◇ 연인들의 천국 두물머리

황사가 기승을 부린다고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밖을 보니 어두컴컴하여 황사가 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십 중반을 달리는 나이에 더 이상 자는 것은 사치다. 나들이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운치가 있는 둥구나무  

두물경 



 

냉장고 문을 열어 엊그제 사다 놓은 주꾸미를 꺼냈다. 주꾸미는 얼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물로 세척하여 끓는 물에 데쳤다. 양파, 당근을 채 썰어 고추장에 버무려 볶았다. 마늘, 생강도 넣었다. 야채가 어느 정도 익었을 무렵 데친 주꾸미를 투척했다. 너무 오래 볶으면 질기고 물이 나와 맛이 덜하다. 센 불로 살짝 볶아내어 식혔다. 플라스틱용기에 담고 칡술을 챙겼다. 이렇게 해서 준비는 끝났다. 

 

얼음이 송송한 주꾸미 

잘 볶아진 주꾸미 



 

먼동이 트면서 하늘이 밝았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황사는 약했다. 해가 비추는 나뭇잎은 연녹색을 벗어나 푸르게 물들어 갔다. 창가에 비치는 아침 풍경은 나쁘지 않았다.

덜컹거리는 전철 안에는 울긋불긋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중앙선을 달리는 전철 안에는 나들이 손님들로 여간 시끌벅적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나이에 걸맞지 않게 담소를 나누는 노인들도 깔깔거리며 폭소를 자아냈다. 상봉역을 출발한 전철은 30여분을 달린 끝에 양수역에 머물러 내려놓았다.

두물머리에 들어서자 식당이 즐비했다. 거리양옆에는 커피향이 진동했다. 커피전문점은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유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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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원입구 

탁트인 시야 

습지나무길 



 

날씨 좋고 푸름이 넘쳐나는 산책로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를 따라 나서 소풍을 즐겼다. 젊은 연인들은 손을 잡고, 탁 트인 강을 보며 늘어진 수양버들을 잡고 포즈를 취했다. 봄꽃이 가던 길 멈추게 하고, 빠르게 하강하는 새를 보고 탄성을 자아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는 생태계의 보고다. 인공이 가미되어 멋을 냈고 길은 구불구불하여 운치를 더했다. 물가에 우뚝 솟은 거목은 가지를 늘어트려 시선을 끌어 모았다. ‘두물경’ 표시석은 인증샷을 하려는 사람들로 줄을 서야 했다.

 

커피향이 그윽한 카페 

올챙이가 노니는 습지 



 

습지에는 갈대가 자라고 물속에는 올챙이가 노닐었다. 작년에 자란 갈대는 누런색 그대로이고 그 아래 새싹이 올라왔다. 습지를 거니는 길은 나무로 만들어졌고 가다보면 쉼터가 나왔고 희귀식물들이 발목을 잡았다. 개구리 우는 소리도 들리는 습지는 청정지역임에 틀림없다. 어릴 적 보았던 물방개도 살 것 같고 우렁이, 미꾸라지도 있을 것 만 같았다.

나무 그늘 아래서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주꾸미 볶음을 안주로 한잔 한 막걸리와 칡술은 하루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공기 좋고 살뜰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녹색물결은 속새에 찌든 머리를 맑게 했다. 자연 속에 풍덩 빠져 수다를 떨다보면 하루가 금방 가버린다. 가끔은 이렇게 집을 나서 눈알을 굴리면 힐링은 저절로, 삶의 활력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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