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논에 김매기는 살인적인 고통이 수반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
모내기를 하고 나면 주기적으로 김매기를 해주어야 한다. 못자리에서 제거하지 못한 피도 뽑아야 한다. 특히, 피를 뽑아주지 않으면 이듬해 논바닥이 피로 물든다. 허리를 굽혀 잡초를 제거하는 김매기는 농사일 중에서 으뜸으로 힘든 작업이다. 연일 김매기를 하다보면 손톱 밑이 아프다. 손톱을 깎지 않아도 달아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들게 했던 김매기도 제초제가 나오면서 일손을 덜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 땡볕에서 김매기를 하다보면 숨이 턱턱 막히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푹푹 빠지는 논바닥을 헤집고 다니면서 김매기를 하다보면 허기지고 목이 말라 오래 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잡초를 뽑아서 진흙 속에 묻어야만 하는 일은 손가락에도 무리가 간다. 모내기처럼 품앗이를 하면 쉽게 하련만 그럴 순 없다. 오직 홀로 할 수밖에 없는 외로운 작업이다. 놉을 얻어 할 수도 있겠지만 김매기까지 품을 사서 하면 게으름뱅이라 칭하여 손가락질을 당했다.
혼자 하는 일이라 새참을 내올 리도 없다. 주전자에 있는 막걸리를 한잔 하거나 비닐봉지에 담아온 미숫가루로 허기를 면했다. 푹푹 빠지는 논바닥에서 잘못하다가는 넘어질 수 도 있고 발을 헛디뎌 모가 상처 날수도 있다. 귀중한 모가 상처를 입으면 그만큼 소출이 적다. 장화를 신을 수도 있겠지만 이동하는데 불편해서 맨발로 해야 했다. 잡초를 뽑아 묻어야 하기 때문에 장갑을 낄 수도 없다. 이렇게 작업을 하다 보니 피부는 검게 그을리고 상처투성이였다.
무논에는 거머리가 무척 많았다. 김매기를 하는 동안 종아리에 달라붙어 있는 거머리를 제거해야 한다. 술이 과하여 취하기라도 하면 거머리에게 헌혈을 해야 하는 수몰을 당한다. 거머리에 물린 자리는 독이 올라 며칠간 간지러움을 이겨내야 한다. 약이 오른 사람들은 거머리를 뒤집어 말려 죽이기도 했다.
김매기는 하루 종일 할 수가 없다. 제아무리 장사라 해도 십분 이상 허리굽혀 일할 수 없다. 수시로 허리를 펴고 숨고르기를 반복해야 한골한골 나아갈 수가 있다. 갑자기 물뱀이라도 나타나면 기겁을 하고 나와야 한다. 독사가 아닐지라도 물리기라도 하면 고민에 휩싸인다. 병원에 달려가 응급처치를 받고나서야 안심할 수 있다. 뱀에 물리면 하루 일을 망칠 수 있고, 돈은 돈대로 나가 이만 저만 손해가 아니다.
기계가 나오면서 서서 할 수 있게 되었다. 골따라 밀고 가기만 하면 잡초가 제거되었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 덕분에 거머리에 물리지 않게 되었고, 뱀이 나타나도 무섭지 않았다. 농약이 등장했다. 그로 인하여 우렁이, 미꾸라지, 물방개 등, 살아 움직이는 생물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가장 끈질기게 괴롭혔던 거머리도 제초제는 당해내지 못했다.
제초제 덕에 김매기는 사라졌지만 농약에 오염된 쌀을 먹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무차별 살포하는 농약에 멍들어 버린 무논은 벼가 아닌 생물은 살수가 없다. 그곳에서 생산된 쌀을 우린 매일 먹고 있는 것이다. 유기농이라 해서 재배된 쌀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부자가 아니고서는 사 먹을 수 없다. 소출이 다소 적었지만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생산했던 소싯적 농산물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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