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겹살 묵었습니까.
어제는 3월 3일로 삼겹살 먹는 날이다. 축산 농가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특별히 정하지 않아도 삼겹살은 서민들이 즐겨먹는 대표적인 육류다.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기사화해서인지 삼겹살 매장에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살코기 사이에 적당히 지방층이 있어 고소함이 남다르다보니 찾는 사람이 많다. 언제부턴가 오르기 시작한 삼겹살 가격은 좀처럼 내릴 줄 모른다. 서민들이 즐겨 먹던 삼겹살, 이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고기가 아니다.
신혼시절에 식당에서 삼겹살을 사먹는 다는 것은 사치였다. 월급 받아 공과금 내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쪼개고 쪼개어 겨우 한 근 사고 나면 한 달 내내 고기를 구경할 수가 없다. 안방에 신문지를 깔아 놓고 가스레인지를 이용하여 노릇노릇 구워먹는 삼겹살 맛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시골에서 올라온 된장에 양념을 가해 소스를 만들어 마늘과 김장김치를 함께 구워먹는 그 맛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고기를 먹고 나서 김치를 송송 썰고 파사리를 넣고 밥 한 공기 얹어 만든 볶음밥은 중국집은 저리가라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볶음밥을 수저로 뜰 때마다 입안에는 홍수가 난다. 사르르 녹아내린 밥알들은 씹기도 전에 목을 타고 넘어간다. 마지막 한 톨까지 박박 긁어 먹다보면 배는 남산만하다. 이포만감을 무엇과 비교를 할 수 있을까.
삼겹살을 즐겨먹다 보니 어떤 고기가 맛이 있는지 박사가된다. 불판에 구워보면 기름이 많이 나오는 고기가 더 맛있고 부드럽다. 고소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지방성분이고 담백한 맛은 살코기에서 나온다. 소기도 지방층이 많이 분포된 꽃등심이 맛있다. 동네 정육점에서 주기적으로 구입해도 똑 같은 고기는 없다. 어느 때는 노릇노릇 잘 익었음에도 흘러나온 기름은 얼마 안 되는 고기가 있다. 질기고 맛이 없다. 아이들도 금방 안다. 몇 점 먹어보고는 바로 평가를 내린다.
좁은 공간에서 신문지를 깔고 즐겨 먹던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없게 되었다. 새롭게 이사를 하면서 청소하는 것과 설거지의 어려움이 있다는 핑계로 금지령을 내렸다.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 했던 아내가 어느덧 중년의 대열에 오르더니만 모든 것을 자기위주로 강제한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삼겹살을 나가서 먹다보니 아이들도 집에서 먹는 것을 싫어한다. 나 혼자 몰래 구워 먹을 수도 없는 노릇, 가족의 의견을 따르자니 지출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편안하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 소화도 잘되고 돈 걱정 없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데, 불편하다는 핑계로 금기시하는 것을 보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서민들이 즐겨먹던 삼겹살도 건강문제가 대두되면서 줄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방층이 많은 삼겹살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을 쌓이게 하여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고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유발하여 관리하지 않으면 중풍에 이른다고 한다. 두툼한 삼겹살을 구워 상추에 싸서 먹는 즐거움도 내 곁을 떠날 날이 머지않았다. 먹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풍요로운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날이 발전하는 세상, 좋은 점이 있는 가하면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똑똑한 인간이라 하지만 절제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여 순환기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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