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개탄 난로
아침부터 구름이 낮게 드리워 짓누르더니만 눈발이 날리고 있다. 첫눈은 아니지만 설렘은 가슴을 들뜨게 한다. 연말의 분위기에 휩싸여 괜한 두근거림은 창가에 서있는 시간을 많게 한다. 전 국민을 들뜨게 했던 성탄절도 지나갔고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는 마지막 행사를 앞두고 있다. 한주도 남지 않은 짧은 날, 무엇을 마무리 한단 말인가. 주판을 두드려봤자 가정경제는 적자투성이로 특단의 대책을 새우지 않으면 어떤 재앙이 밀려올지 모르는 일이다. 이상타.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린 실외기가 여름도 아닌데 돌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온이 영하를 넘나들고 있다. 겨울이 한반도 전체를 덮자 날마다 온기를 불어넣지 않으면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가스, 기름 값이 올라 난방비가 장난이 아니다. 쾌적한 분위기를 유지하려면 약간은 추운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이들은 소귀에 경 읽기다. 너무나 흡족한 세상에 살다보니 넘쳐야 성이 차는 것 같다. 어릴 적 두꺼운 솜이불하나에 온가족이 모여 자던 그때가 아련히 떠오른다.
“내일까지 장작을 한 다발씩 가져오기 바란다.”
선생님의 명령에 집에 오는 즉시 나무토막을 주워 모았다. 선생님의 명령을 거역한자는 가차 없는 린치세례를 받을 수 있다. 겨울 난방용으로 장작개비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땔감이다. 그 당시 교실에는 커다란 조개탄주물난로가 있었다. 장작개비에 불을 붙여 활활 타오를 때 조개탄을 부어 불이 살아나면 넓은 교실이 훈훈했다. 불을 지필 때 연기가 많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화력이 좋을 때는 벌겋게 달아오른 난로가 무섭기도 했다. 도시락을 얹어 뜨겁게 데워먹기도 했다.
산골마을 오지의 학교에 무슨 공부를 한단 말인가.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놀기에 바빠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누구하나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없었다. 오히려 휴일에는 일손을 돕는데 더 바빴다. 선생님들도 하루하루 시간만 때우는 정도였지, 열성적으로 가르침을 주는 스승은 별로 없었다. 쉬는 시간이면 장난기가 발동하여 우당탕탕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난로 근처에도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쫀득이와 가래떡을 구워먹는 친구도 있었다. 구수한 냄새가 퍼지자 아이들이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친구에 밀려 한 친구가 손을 데이고 말았다. 화상을 입은 손등은 껍데기가 벗겨졌다. 친구는 울음을 터트렸다. 선생님이 달려왔다. 장난을 친 친구는 몽둥이찜질을 받아야 했다. 된장을 바르는 것으로 치료는 끝났다. 지금 같았으면 학교에서 책임지라고 난리가 났을 텐데, 학교는 신성한 곳이고 선생님은 하늘이었다.
조개탄을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타고남은 재를 그날그날 치우지 않으면 안 된다. 청소당번과 조개탄을 가져오는 당번해서 여러 종류의 당번이 있었다. 연통에 끄름이 끼면 연기가 잘 빠지지 않아 눈을 따갑게 하고 기침을 유발한다. 연통청소를 하는 것도 어린 아이들이 도맡아 했다. 조개탄도 넉넉한 것이 아니다. 조개탄이 떨어지면 나무를 주기적으로 해 날라야 했다. 예산이 부족한지는 몰라도 조개탄은 금방 동이 났다. 교무실만큼은 예외였다. 우리의 가슴에 훈훈함을 전달했던 조개탄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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