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CD딸내미, 골판지 마누라

말까시 2013. 7. 10. 14:50

 

 

 

◇ CD 딸내미, 골판지 마누라

 

연일 쏟아지는 비 덕분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습도가 높아 끈적거려 불쾌지수가 높다. 더운 날씨로 잠자리가 편치 않다. 쏟아지는 폭우에 놀라 거실에 나와 보면 피난민처럼 아내 그리고 아이들이 제멋대로 널브러져 주무시고 있다. 천둥번개까지 요동치는 밤이면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뒤척이는 날이 거듭될수록 기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땀방울과 함께 빠져나간 기력을 회복하기 위하여 이번 주말에 씨암탉 모가지를 비틀어야 할 것 같다.

 

거실에 큰대자로 누워 있는 아내의 얼굴에 똥을 바른 것처럼 누런 것이 붙어 있었다. 궁금한 나머지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다. 바짝 다가가 손으로 만져보았다. 감자였다. 미백효과가 있다는 것을 어디서 들었는지 강판으로 갈아 얼굴에 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가 시작되려는 시간에 일어나 세안을 하고는 피부가 너무 부드럽다며 만져보라 했다. 감자의 녹말이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서 인지 몰라도 풀빵처럼 맨질맨질 했다. 시중에서 팔고 있는 마사지 팩보다 자연의 재료인 감자가 효과 면에서 백배라고 하면서 내 식량인 감자를 일주일에 두세 개씩 축내고 있다.

 

워낙 바쁜 딸내미는 식사시간 아니면 대면을 할 수 없다. 숟가락을 뜨는 딸내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눈썹에 무엇인가 바른 것 같았다. 반달처럼 말아 올라간 것을 보니 눈썹 파마를 한 것 같았다. 눈이 뚫어지라 바라보았더니만 내 얼굴에 무엇이 묻었냐면서 불쾌해 했다. 예뻐지려고 하는 것에 토를 다는 것도 아닌데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눈썹을 말아 올리는 미용기구가 있다고 했다. 적당히 웨이브를 넣은 다음 마스카라를 발라 힘을 더해준다고 했다. 학생이 너무 짙은 화장을 하면 보기 좋지 않으니 엷은 화장위주로 하면 좋겠다고 주문했지만 너무 관심 갖지 말라 한다. 미용을 위하여 무거운 안경을 버리고 라식을 하는 날까지 일회용 콘택트렌즈를 낄 수밖에 없다는 딸내미는 요즈음 부쩍 멋이 들었다. 초등학교 때 사준 책상도 버리고 앙증맞게 작은 책상을 인터넷으로 구매를 했다. 의자도 버리고 거울도 새로 샀다. 자신의 모습에 변화를 갖고 있는 딸내미는 방안을 꾸미는 것도 소홀하지 않는다. 비용은 들지만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날이 변해가고 있는 딸내미를 보는 재미가 골판지가 다된 마누라를 보는 것보다 훨씬 났다.

 

우리 집 여인들이 미용에 투자하는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화장대에 보면 각종 화장품이 잔뜩 쌓여 있다. 다 쓰기도 전에 새로운 화장품을 구입하게 되면 기존화장품은 쓰지도 못하고 버리게 된다. 여간 낭비가 아니다. 미용에 좋다는 화장품은 나날이 쏟아지고 있다. TV홈쇼핑에 보면 거의 매일 같이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따발총처럼 연발하는 쇼호스트의 달변에 귀가 얇은 여인들은 바로 전화기를 들어 구매를 결정한다. 아이들도 즐겨본다. 저것도 사고 싶고 이것도 사고 싶다고 한다. 다이어트 한다고 구매한 실내자전거는 빨래걸이로 전락한지 오래다. 멀쩡한 아날로그 체중계를 디지털로 바꾸어 버렸다. 신발장에 가득한 신발은 버릴 것이 마대자루로 서너 개는 될법하다. 버리라 해도 꿈쩍도 안한다. 몇 번 쓰지도 않고 창고에 쌓여 있는 주방용품들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아까운 생각이 든다. 재활용품을 배출하는 날 주차장에 나가보면 상품포장 박스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집집마다 충동구매로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낭비요소를 없애지 않으면 언젠가는 크나큰 재앙이 올지도 모른다. 새어나가는 구멍을 막기 위해서는 돈줄을 단단히 조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