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찢어진 천막의 용도는 무엇입니까?

말까시 2011. 10. 24. 17:58

 

 

 

 

"찢어진 천막의 용도는 무엇입니까?"

 

얼마 전 장모생일잔치로 전북 구례군 지리산리조트에서 이틀 밤을 보낸 적이 있다. 처제들 다모이고 동서 그리고 애들까지 모이다보니 대식구가 되었다. 처남은 먹을거리를 아애 트럭에 싫고 나타났다. 입구에서 보고 있던 관리인이 입을 떡하니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한마디 했다.

 

“피난 왔습니까?”

“놀러 왔는데요.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만 고개를 갸우뚱 하고는 신기한 듯 계속하여 쳐다보고 있었다.

 

김치를 비롯하여 산나물, 버섯, 물김치 등 풍성한 먹을거리를 숙소에 옮겨놓고 보니 베란다에 가득 찼다. 시골에서 손수 농사를 지은 신선한 농산물이었다. 처갓집이 바닷가라 그런지 낙지도 있었다. 첫날은 우리가족과 장인장모 그리고 둘째처재와 지지고 볶고 구워서 저녁만찬을 거하게 치렀다.

 

다음날은 주말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처제들이 본격적으로 합류하는 날이다. 내일 일정에 대하여 토의를 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날은 금방 샜다.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없었다. 지리산의 첫 봉우리인 노고단을 가기로 했다. 장모와 둘째 처제는 힘들다하면서 포기하고 장인어른과 아내 그리고 아들과 함께 노고단을 올랐다.

 

팔부능선까지 도로가 뚫려 있어서 오르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섬진강 줄기를 따라 만들어진 평야 옆에 구례 읍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쾌청한 날씨 덕에 저 멀리 ‘천황봉’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산과 산으로 이어지는 풍광은 끝이 없이 멀었다. 바람도 잔잔하여 조용했다. 산정상이라 그런지 나무도 키가 작아 볼품이 없었다. 구상나무 한 그루가 그나마 키를 자랑했다. 명산이라 그런지 산을 찾는 산님들이 넘쳐 났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하산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가족들로 숙소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난감했다. 애들만 남겨 놓고 주변에 있는 모텔을 구하여 하루 밤을 보내자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장인과 장모를 모텔로 보내고 밤새도록 술판을 벌였다.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하느라 들락날락 정신이 없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가족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날 새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놀았다.

 

다음날 일찍 고향으로 향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아내는 잠에 푹 빠져 있었다. 고속도로를 피해 조용한 국도를 택했다. 가을의 풍성함이 눈에 바로 잡혔다.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넘실거려 눈이 부셨다. 뒷좌석에서 게임을 하던 아들놈이 갑자기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아빠! 어제 할머니하고 방구하고자 리조트 주변을 살펴보니 모텔입구마다 찢어진 천막이 쳐져 있는데 왜 그런 거야.”

 

어떻게 답을 주어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예전에 어른들이 하던 말이 번뜩 생각났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알게 되니까. 공부나 열심히 해라.”

 

그리고 아무 말도 못했다. 오는 내내 어색하여 아들 눈을 바라 볼 수가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내는 콜을 골면서 맛있게 잠을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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