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진한 감동을 안겨준 우중의 삼도(신도, 시도, 모도) 트레킹

말까시 2010. 6. 13. 14:27


◇ 진한 감동을 안겨준 우중의 삼도(신도, 시도, 모도) 트레킹[2010. 6. 12(토)] 


▲ 모도 조각공원

 

자정이 넘었음에도 축구는 계속되었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다. 축구는 밀고 달리고 넘어지면서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월드컵 축구 개막식은 결국 한 골씩 주고받으면서 동점으로 끝났다. 시계는 새벽을 향하여 마구 달리고 있었다. 조용했던 밤하늘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삼도트레킹을 위하여 기다리고 기다리던 친구들의 실망하는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눈물이 났다. 빗줄기는 굵어졌다. 불빛에 흐트러지는 빗줄기는 삼도 트레킹에 부풀어 있는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하늘을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몇몇 친구들이 우중산행에 염려하는 메시지가 날아 왔다. 하지만 취소할 수가 없었다.

 

두 시간 가량 땅속을 헤맨 끝에 운서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른 역에 비하여 출구는 웅장했다. 우천으로 참석 못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기우에 불과 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친구들을 보니 너무너무 반가웠다. 또 한 번 눈물이 났다. 울긋불긋 차림을 한 해맑은 친구들의 모습은 역 안을 뜨겁게 달구었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바람에 날린 비는 친구들의 옆구리를 마구 때렸다. 우산은 비바람에 흔들려 위태로웠다. 빗방울이 감싸고 있는 운서역을 뒤로 하고 삼목선착장으로 달려갔다.

 

선착장은 우비를 둘러쓴 사람들로 가득했다. 먼저 도착한 친구들은 비바람을 막기 위하여 완전 무장한 채 용기충천 해 있었다. 한잔 했는지 얼굴이 벌게진 친구도 있었다. 육중한 배가 들어왔다. 차량전용 배라 그런지 객실은 좁고 답답했다. 캐캐한 냄새는 친구들을 밖으로 밀어 냈다. 검은 연기를 마구 뿜어내며 서서히 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속도를 내려는지 둔탁한 디젤엔진은 진동과 소음을 마구 토해냈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배 주위를 갈매기는 맴돌며 따라 왔다. 무엇인가 먹을 것을 기대하고 따라오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에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잠시 갈매기와 바다풍경을 보는 사이 이미 배는 신도선착장에 접안을 하고 있었다.


구봉산 입구는 좁았지만 오를수록 길은 넓어졌다. 빗방울을 머금은 나뭇잎은 더욱더 푸르렀다. 벚나무는 꽃을 피우고 지면서 버찌열매를 선사했다. 산허리를 깎아 만든 길은 전혀 에너지를 빼앗아 가지 않았다. 숲속을 나와 하늘을 보니 비는 그쳐 있었다. 구름이 살짝 드리워진 하늘은 해를 가리어 산행하기 좋은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 주었다. 티끌하나 없이 다가오는 상큼한 공기는 콧구멍을 크게 했다. 살살 불어오는 산바람은 비에 젖은 옷가지에서 수분을 빼앗아 갔다. 길게 늘어진 친구들의 행렬은 한산하기만 했던 구봉산을 덮어 버렸다. 팔부능선 팔각정에서 보는 풍광은 장관이었다. 해무가 거두어지면서 조금씩 나타나는 섬 안의 작은 것들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냈다.

 

반찬은 백가지가 넘었다. 그동안 막걸리가 주된 산행의 음료였는데 이번산행에서는 양주가 두병이나 나왔다. 막걸리의 종류도 다양했다. 술을 마시는데 조심스러웠다. 산에서 잘못마신 술이 생명을 앗아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먹을거리는 포만감을 주면서 벨트구멍 하나를 늘어나게 했다. 혈관 속에 알코올이 퍼지면서 친구들이 뱉어내는 구성진 음담패설은 굳어있던 안면근육을 마구 움직이게 했다. 점심식사를 한후 산행은 계속되었다.


▲ 시도 방죽

 

시도를 넘어가기 위하여 연육교를 건너는 동안 썰물은 갯벌을 조금씩 감추고 있었다. 방죽을 따라 걷는 길 양 옆에는 갯벌과 염전이 눈을 즐겁게 했다. 갯벌에 뚫린 수많은 구멍들은 바다생물이 만들어 놓은 흔적이다. 멍청한 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방죽의 끝에 한 친구가 막걸리와 안주를 준비해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콩 막걸리는 갈증을 해소하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드라마 세트장을 구경하고 걷고 걸어서 모도 조각공원에 이르렀다. 바닷가에 조성해 놓은 각종 조각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데 충분했다. 눈과 귀가 즐거우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타이탄 트럭을 타고 신도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은 다시 겪어보기 힘든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하루 종일 비를 맞고 섬과 섬을 누비었지만 불만은 없었다. 우정으로 똘똘 뭉친 우중의 여인들과 기사도정신이 투철한 비속의 남정네들은 마지막 헤어질 때가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비바람도 해무도 우리들의 가는 길을 방해하지 못했다. 어떠한 역경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는 친구들이 있어 산행은 더욱더 좋아지고 있다. 산이 주는 즐거움과 친구와 친구들이 전해주는 웃음은 억만금을 주어도 살수가 없다. 크고 작은 산을 하나씩 섭렵하며 다져지는 건강은 살아가는 동안 커다란 버팀목이 될 것이다.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산행은 계속된다.


▲ 시도로 넘어가는 연육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