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복은 필연
눈이 오려나,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다. 추위는 오늘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계속되는 한파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라님께서 에너지 절약하라는 한마디에 사무실 온도는 19도를 유지 한 채 꿈적도 안한다. 상체는 두툼한 털옷을 입고 있어 괜찮지만 바지만 덜렁 입고 있는 아랫도리는 찬 기운이 허벅지까지 차오르고 있다.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려면 내일부터 내복을 입어야 할 판이다.
그동안 풍족하게 에너지를 소비한 것이 사실이다. 한겨울에도 실내에서 반팔차림으로 지낼 수 있도록 난방을 했었다. 아무리 내복 입기 운동을 펼쳐도 따라 주지 않았다. 폼을 중요시 하는 한국인 정서상 내복은 활동하는 제약이 많았다. 이렇게 외면 시 하던 내복이 에너지 절약에 일조를 할 수 있는 최고의 의복이라고 한다. 국가의 시책에 동참하려면 당장 시장에 나가 내복을 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어느 산비탈 쪽방을 얻어 자취를 했다. 난방과 취사를 연탄불로 해결 해야만 했다. 옛날 집들이 단열이 안 되어 불구멍을 다 열어 화력을 높여도 귀가 시려 이불을 뒤집어쓰지 않으면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연탄을 갈아주는 것을 깜박하여 불이 꺼지기라도 하면 윗목에 있는 걸레가 얼어버렸다. 헤어드라이를 이불속에 넣고 얼어버린 몸을 녹여야만 했다. 엄마의 손길이 절실히 생각나는 삼청냉방에서의 삶은 고달픈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젊음의 멋을 유지 하려고 내복은 입지 않았다.
옛날 시골의 연료는 나무와 곡식의 줄기 그리고 볏짚이 전부였다. 그리고 산에서 솔잎을 긁어다 땔감으로 사용하면 화력도 좋고 연기도 나지 않아 엄마들이 가장 선호했다. 누구나 좋아하는 솔잎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긁어 올 수가 없었다. 사랑방에는 가마솥을 걸어 놓고 쇠죽을 쓰곤 했다. 쇠죽을 쓰기 위해서는 왕겨를 많이 사용했다. 왕겨 역시 은은한 불길이 장시간 지속되어 사랑방은 늘 쩔쩔 끓었다. 어린 시절에는 별로 추운지 모르고 자란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입산하는데 제약이 많았다. 나무를 할 수가 없었다. 산지기가 통제하고 산림청에서 자그마한 나무라도 훼손하다 들키면 벌금을 물어야 했다. 나무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대부분 연탄을 때기 시작했다. 연탄을 갈아 주는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기름보일러로 교체해주는 자식들이 많았다. 기름보일러 교체는 부모님들의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기름 값이 치솟자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얼마 전에 시골에 다녀왔는데 대부분 연탄보일러로 바뀌어 있었다. 석탄산업 합리화로 연탄공장이 많이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정부에서 보조금도 줄인다고 하니 연탄 값이 치솟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도시나 시골이나 난방문제가 보통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도시가스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가스보일러가 나와 난방의 혁명이 일어났다. 연료를 주입해주는 번거로움도 사라졌고 온도만 설정해주면 저절로 가동과 중지를 알아서 하니 얼마나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가. 그동안 에너지 비용이 아까운지 모르고 너무나 펑펑 쓰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도시가스 요금도 오른다고 한다. 근검절약이 미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에너지빈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 절약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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