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치도록 살고 싶은 날
10월의 마지막 밤을 기점으로 가을은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제 동절기를 알리는 11월의 달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 또한 하루사이에 끝이 날카로워졌다. 천변의 갈대도 노란 빛에서 회색빛으로 탈색되어가고 있다. 푸르름을 자랑했던 나뭇잎도 수분을 잃고 마지막 힘을 다해 매달려있다. 흐르는 소하천의 물줄기는 힘이 없어 보인다. 인기척에 놀란 물오리만이 힘찬 날게 짓을 하며 달아난다.
가을과 겨울의 사이에 마지막 단풍을 즐기려고 떠나는 사람들의 옷매무세는 벌써 두꺼운 외투가 걸쳐져 있다. 찬바람은 벌써 시베리아를 출발하여 설악의 능선까지 왔는지 모른다.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내년에도 볼 수가 있을까. 가버린 가을이 내년에 또 온다 하지만 기약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하늘은 구름으로 뒤 덮여 있다. 달리지 않으면 바람을 느낄 수가 없다. 움직이지 않는 구름은 아름답지 못하다. 모양도 없다. 단지 겨울을 상징하는 회색빛만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멋지게 보낸 분들의 피곤함을 달래주려는 듯 구름은 햇빛을 가리고 어둠을 주고 있다. 포근한 잠자리에서 단꿈에 들어 있을 마지막 밤의 주인공들은 계절이 주는 정감을 즐길 줄 아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미끄러지듯 달리는 자동차 꽁무니에서는 하얀 연기가 엿보인다. 연기가 아닌 수증기다. 벌써 기온은 영하를 향하여 달리고 있는 것이다. 달리는 차량이 일으킨 바람에 의하여 가로수의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바퀴에 짓밟힌 낙엽의 형상은 흉하다. 그것을 빗자루는 마구 쓸어 담는다. 마대자루에 담겨진 낙엽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낙엽이 불상타. 봄에 싹을 틔어 여름을 지나 겨울에 이르는 짧은 생이었지만 불만이 없다. 청소부아저씨의 둔탁한 비질에도 저항하지 않는다. 마대자루로 그대로 다이빙 한다. 진공청소기에 빨리어 들어가 산산이 부서져도 아야 아야 소리 한번 안한다. 생을 다하는 날까지 나무에 영향 공급을 하고 소리 없이 바람에 날리어 간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나 그리고 우리,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있지는 않는가. 자연이 주는 이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과 흙은 생명을 유지해주는 근원이다. 나무는 맑은 공기를 대기 중에 뿜어주어 숨을 쉬게 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의식주를 해결 주고 아름다운 풍광을 제공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미치도록 살고 싶은 날의 연속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건강이 최고다. 자연이 자연을 순응 하듯 내 몸을 혹사해서는 안 된다. 폭음에 흡연은 나를 파괴하는 암적 존재이다. 서서히 세포를 하나씩 죽여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놈이다. 자연을 돌보듯 내 몸 또한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자연은 욕심이 없다. 비가 오면 맞고 눈이 내리어 차가워도 흔들어 털지 않는다.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과욕을 물리치면 행복의 빛은 나에게 향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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