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돌기둥이 우뚝 솟은 수락산

말까시 2009. 10. 11. 13:26

 

 

◊ 돌기둥이 우뚝 솟은 수락산

 

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수락산 입구에는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도 먹지 못하고 멀리서 온 친구들은 라면으로 허기를 면했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이라 그런지 수락산역 주변에 부는 바람은 냉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 바람은 하나둘씩 다가오는 친구들의 온기에 부드러워졌다.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친구들은 미남이고 미녀였다. 새로운 친구들도 보였다. 함께 어우러져 인사를 나누고 나니 굳어 있던 얼굴에 미소가 돌았다. 수락산역은 계속하여 산사람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산은 험하지 않았다.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은 시골의 오솔길처럼 정겨웠다. 나뭇잎이 햇빛을 가린 그늘속의 길은 끝없이 이어져 갔다. 힘이 들어 헉헉 거리는 친구는 없었다. 산행의 초입은 푸른 잎이 그대로 바람에 사각거렸다. 단풍이 오려면 아직 멀었나 보다. 길은 가끔 뿌리를 들어낸 채 완만하게 이어졌다. 산사람들은 어디로 흩어 졌나 오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자주 다니지 않은 한적한 길을 택했던 것이다.

 

해가 보였다. 땀이 나고 더웠다. 겉옷을 벗어야만 했다. 완만했던 길은 갑자기 급경사로 변했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 된 것이다. 돌도 보이기 시작했다. 오르면 오를수록 돌은 커다란 바위로 변해 앞길을 가로막았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땀방울을 식혔다. 그러나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에 이마에서는 구슬땀이 자꾸만 솟아났다. 시원한 냉 막걸리 한잔 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다들 맹물만 마시고 있었다.

 

바위를 오르는 데는 협력이 필요했다. 손과 발이 따로 놀아 미끄러진다면 바로 사망이다. 남친들은 쉽게 오를 수 있었지만 밀어주고 끌어주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은 여친도 있었다. 잡아 주는 손과 손은 계속하여 이어졌다. 손끝에 전해오는 온기는 신경을 타고 전신에 퍼졌다. 따스하고 온화한 손길은 무디어진 신경을 자극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역할 분담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보기 좋은 모습은 산행이 거듭되면 될수록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냈다.

 

바위를 오르다 보니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있었다. 배가 고팠다. 친구들은 아직도 바위를 더듬고 있었다. 둘이서 자리를 깔았다. 신문지를 풀어 제쳐 보니 표면에는 눈꽃이 돋아나 있었다. 막걸리 안주는 홍어 무침이었다. 손수 만들어 왔다는 선홍색 홍어는 입안에 침을 고이게 했다. 시원한 냉 막걸리를 한잔씩 마시고 홍어로 안주를 하고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축 처져 있었던 어깨에 힘이 솟아올랐다. 홍어무침은 막걸리 안주로 최고였다.

 

하산 하는 길 역시 난 코스였다.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기차바위는 아찔하고 다리가 후들 거렸다. 스릴 만점이었다. 먹고 마시고 한 것도 있었지만 기차바위에서 너무 긴장을 해서인지 쉬가 급했다. 여친들은 산속에 숨어 일보느라 일행과 엇갈리어 잠시 헤어짐도 있었다. 다시 만나 반가움을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산 아래 먹자골목이 보였다.

 

빙 둘러 앉아 하루의 피곤함을 오리구이로 달랬다. 곁들여 마신 소맥은 환상 궁합이었다. 오리의 고소한 육즙은 잘 익은 김치와 어우러져 그 맛을 더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맹물파들은 오묘하게 퍼지는 알코올의 기운이 어떤 것인가 모를 것이다. 아직도 해는 많이 남아 있었다.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곳에서 호프와 뽀뽀를 하고 11월 경춘선 열차를 타고 홍천 “팔봉산”에 갈 것을 약속하고 육중한 전철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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