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나의 간식 고구마

말까시 2007. 11. 29. 15:20
 

◇ 나의 간식 고구마


고구마는 보기에 뭉텅하고 볼품이 없다. 겉 표면은 거칠다. 고구마는 봄에 땅에다 묻어놓아 적당한 습기와 온도가 유지되면 싹이 나온다. 싹이 자라 넝쿨이 무성하게 자라게 되면 가위로 고구마 순을 잘라 옮겨 심으면 그것으로 끝난다. 가을에 호미로 땅을 일구어 수확하면 그만이다. 씨를 뿌려 수확하는데 노동력을 그리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된다. 병충해가 없어 농약을 칠 필요도 없다. 한 가지 단점은 밖에 보관하면 겨울찬바람에 얼어서 먹을 수가 없다. 때문에 따뜻한 방에 보관할 수밖에 없다. 안방을 거의 다 차지 할 정도로 큰 고구마 통가리 때문에 대가족인 경우에는 잠자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고구마는 그 옛날 천한 음식이었으나 다이어트 식품으로 탈바꿈한지 오래되었다. 웰빙바람을 타고 찾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져 쌀값보다 비싸다. 가격역전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쌀이 모자랄 때 주린 배를 채우는 데는 고구마를 따를 것이 없었다. 아무데서나 생으로도 먹을 수 있고 삶아서 먹을 수 있는 전천후 음식인 것이다.


우리 어릴 적 고구마는 겨울 내내 우리 곁에 붙어 다니며 배고 품을 달래준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존재였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배고프면 언제든지 꺼내 먹 곤했다. 더 맛있게 먹기 위하여 장작개비를 주어다가 모닥불을 피워놓고 호주머니에서 꺼내 불속에 집어넣어 기다리면 맛있는 군고무마가 만들어진다. 점점 익어가면서 나는 구수한 향기는 친구들을 끓어 모으는데 손색이 없다. 군고구마로 인하여 친구들의 우정은 깊어만 가고 자연에서 얻은 놀이문화는 더욱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겨울한철 우리들의 소중한 양식을 호시탐탐 노리는 무리들이 있다. 특히 이들은 모두 잠자는 야음을 틈타 기습적으로 침투하여 배를 채우곤 유유히 사라진다. 이들은 지형지물을 아주 잘 이용한다. 이들의 보금자리는 우리가 잠을 자고 있는 바로 위 천정에 둥지를 틀고 겨울한철을 아주 풍족하게 지낸다. 인간에게 피해만 주었지 전혀 도움이 없는 유해동물이다. 같이 살고 싶은 마음 조금도 없는데 이들은 아주 인간하고 친한 척 더 가까이 살려고 한다. 바로 쥐새끼들이다.

 

쥐새끼는 이빨이 아주 잘 발달되어 구멍을 뚫고 나무를 갉아 파는데 아주 능하다. 천정에 둥지를 튼 쥐들은 전선이 있는 곳을 용케도 찾아 구멍을 내고는 선을 타고 고구마 통가리에 자연스럽게 안착하여 배를 채우곤 다시 천정으로 올라간다. 어둠을 좋아 하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는 어두컴컴한 천정에서 휴식을 취하고 해가 지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마음대로 침투하여 배불리 먹고 가는 쥐들을 그냥 방치하다가는 겨울간식거리를 쥐들에게 다 빼앗기고 만다. 쥐를 잡을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천정에 있는 쥐들을 박멸하기 위하여 천정을 뜯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고 방안에 쥐약을 놓을 수도 없다. 쥐덫 역시 위험해서 사용할 수가 없다. 인력으로 잡는 수밖에 없다. 쥐가 활동하는 시간은 어둠이 깔리고 인기척이 없는 깊은 밤에 활동을 시작한다. 불을 끄고 숨을 죽인 채 전선을 주시하고 있으면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살피다가 곳 바로 내려온다. 이틈을 이용하는 것이다. 줄을 타고 내려오는 쥐를 향하여 몽둥이를 휘둘러 때려잡는 것이다. 하루에 한 마리씩 이삼일만 잡으면 쥐들은 소리 없이 사라진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소중한 겨울 식량인 고무마를 지켜낼 수가 있었다. 내 재산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치키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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