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가 원수면 풀어야지
부부는 원수지간이다. 내가 세상을 많이 살아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보니 원수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분명하다. 나뿐만아니다.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한결 같이 수시로 티격태격 다툰다고 했다. 평생 웃고 즐겁게 살아야할 한 가정에서 왜 매일 같이 다툼의 연속일까. 한 배속에서 나온 애들도 눈만 뜨면 싸운다. 오손 도손 사이좋게 지내도 복이 올까 말까 하는 세상에서 왜 그렇게 서로들 싸움을 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텔레비전에서 가끔 방영하는 동물의 왕국을 즐겨 본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생존방식에 대하여 많은 공부를 할 수가 있다. 초식동물이나 육식동물이나 한결같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종족 번식에 있어서도 약한 자는 암컷 근처에도 갈 수가 없다. 평생 짝짓기 한번도 못하고 그냥 죽거나 육식동물의 먹이 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자연은 제각기 생존방식은 다르지만 힘의 논리에 의하여 질서가 유지된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질서유지의 방법과 종족번식의 방법을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인간은 가진 자나 못가진자나 힘센 사람이나 약한 자 무두 짝을 이뤄 사랑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은 힘센 놈이 다 차지 해버린다. 종족번식에 있어서 인간은 동물에 비하여 약간은 평등하다. 단지 약한 자의 유전인자로 인하여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이 동물에 비하여 약간 높다는 것이 흠이다. 그러나 인간은 지혜라는 것이 있어 약한 자라도 강한 자를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것이 동물과 인간의 다른 점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은 누구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세월이 흘러서 고착화된 관습이 법제화 되어 오늘날 질서 유지의 한 수단이 된 것이다. 상식과 도덕이 통하는 사회 같으면 굳이 법이 필요가 없다. 예나 지금이나 나름대로의 법이 존재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너무나 다양하여 그만큼 들어보지도 못한 법이 부지기수이다.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법의 그늘아래서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이 인간을 통제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법이 오히려 인간의 사회활동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힘센 놈이 세상을 지배하는 동물의 왕국이 오히려 좋은 세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느 날 생면부지의 사람이 만나서 부부가 되고 그 안에서 자식이 태어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산다. 처음이야 다 좋아서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고 살지만 살다보면 배우자의 성격은 정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물주는 왜 평생 원수와 만나 싸우면서 살게끔 했을까. 가정이나 국가나 모두 오순도순 잘 살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새 소식이라고 하는 것들을 보면 도덕과 신의는 땅에 떨어지고 오직 이전투구, 반목만이 판을 치고 있다. 지리멸렬한 사회라고 아니 말할 수 없다.
국가나 가정이나 약간의 다툼은 앞으로 낳아갈 수 있는 발전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요즈음 세상은 그것이 너무나 지나쳐서 폭언이 난무하는 험악한 세상이 된 것 같아 무섭기까지 하다. 과욕의 굴레에서 빨리 벗어나 양보와 미덕이 넘쳐나는 밝고 맑은 사회 그리고 화목한 가정은 언제 이룰 수 있을까. 바로 지금이다. 처음부터 원수끼리 만났으니 앞으로의 삶은 화해하여 좋은 사람이 되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이 아닌가. 오늘당장 딱딱하게 굳어버린 자존심 따위는 내다버리고 솜털같이 부드러운 말로 화해의 장을 만들어 봄이 어떨지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