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에서 얻어야 할 평온한 삶
비가 내리친다. 아스팔트 위에 닿자마자 산산이 부서졌다. 하늘에선 번쩍 하더니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엄청난 소리는 사람을 움찔하게 했다. 비가 누르는 힘에 바람은 힘없이 사라졌다. 비와 비가 모여 물줄기는 도랑을 가득 메웠다. 사람과 차들은 쏜살 같이 달렸다. 길은 길었지만 먼지 하나 없이 말끔해졌다. 우산이 우산을 만들어 봉우리를 만들었다. 그 속에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삐 걸었다. 비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와 전쟁인 사람도 있다. 비속에 감추어진 공기는 상큼했다. 코 속에서 습기와 함께 밀려오는 공기는 머리 속에 거미줄 같이 얽혀있는 잡념들을 하나씩 밖으로 밀어냈다. 밖으로 토해낸 잡념들은 빗방울과 함께 쓸려내려 갔다. 골과 골을 따라 흘러서 땅속 암거를 지나 넓은 강을 가면서 아주 맑고 깨끗하게 변했다. 자연은 돌고 돈다. 내 곁을 떠났다고 방심 할 수 없다. 새것이 되어 다시 오는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면 천벌을 받는다.
7월의 빛은 녹색이 가고 파랗다. 길옆에 서있는 가로수 잎은 공해에 찌들어 빛을 일었다. 태양은 빛과 열기를 뿜어냈다. 빛을 머금은 생명체는 아름답다. 그러나 도시의 자연은 흐리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청소부 역할을 대신했다. 비바람이 동반되면 청소부가 필요가 없다. 자연이 자연을 다스렸다. 비가 가고 태양이 오면 하늘과 땅이 총천연색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자 사람의 고개는 쭉 뻗어 있다. 달리는 차의 창도 반쯤 내려가 있다. 건물의 창도 입을 벌리고 있다. 창과 창 사이에는 검은 머리를 드리운 사람들의 머리가 보였다. 숨을 들이마시는 코 구멍은 크기가 해골산의 킹콩이 되었다. “산소야 어서 와라. 기다렸다 산소야!” 건물 안에 사람과 밖의 사람들은 맑은 공기와 빛에 예뻐졌다. 구겨져 있던 얼굴에 미소가 돌았다. 미소는 웃음을 만들고 웃음은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었다. 너와 나 가는 길 오는 길은 힘없이 고파도 한줄기 비가 가버린 후 맑은 공기와 하얀 빛이 아랫배를 부풀게 했다.
태양의 열기는 식어 어디론가 가버렸다. 밤은 어둠이다. 어둠은 검은색이다. 하연색의 세상은 어둠이 더해질 때 마다 검은색의 농도가 짙어졌다. 어둠 속에 빛이 있다. 싫다. 밤은 어두워야 한다. 언제부턴가 밤은 밤이 아니었다. 검은색이어야 할 곳에 하나 둘씩 빛이 빛났다. 그러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낮과 밤을 뒤바꾸어 사는 사람도 많아졌다. 눈을 감고 있어야할 밤에 빛이 있어 소리가 나고 소리가 눈을 뜨게 만들었다. 움직이고자 하는 사람과 분쟁이 일어났다. 사람은 많고 공간은 부족하고 활동은 많아지다 보니 검은색과 흰색은 퇴색했다. 검은색의 밤은 사라졌다. 남극과 북극의 긴 밤과 긴 낮이 공존하는 회색의 세상이 되었다. 흰색과 검은색이 확연히 갈라지는 그런 세상으로 가고 싶다. 하지만 갈수 없다. 당장 도시를 떠난다면 도시의 풍요로움을 얻을 수가 없다. 용기를 내어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대신 잃어야 할 것들 또한 많다. 언젠간 자연으로 가겠노라고 머리에 박혀 있다. 두 눈 속에 녹색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릴 때 난 행복의 그늘 속으로 들어가 평온한 삶을 누릴 것이다. 그 때는 은퇴하고 그 이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숨이 멎기 전에 한순간 자연 속에서 흙과 함께 어우러져 놀다가 흙이 되어 흙과 함께 영혼의 세계로 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