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밧줄
어둠이 내렸다. 또 하루가 가고 있다. 일렁이는 바람은 시원하다. 가로등 불빛은 영롱하여 눈앞에 있다. 주황색, 청색, 백색 등이 서로 어우러져 밤의 풍경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모처럼 시원하고 상쾌한 밤의 풍경이 한여름 밤에 내 앞에 다가왔다.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즐기기에 아주 좋은 날씨이다. 하지만 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여 있어 어느 곳도 갈수가 없다. 마음이 있은들 생각 할 수 없고 발이 있으되 갈수가 없다. 단지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허락되어진 작은 일에만 조금 할 뿐이다. 가택연금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이 나를 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어버리게 했나. 이 밤이 새도록 그 이유를 찾아보리라.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홀로 생각하고 독학하여 가택연금에서 해방이 되는 날 만세삼창을 크게 외쳐 볼 것이다. 지금부터 아주 긴 시간을 할애하여 고민 속으로 들어가 보련다.
◆ 그동안 먹고 마신 것이 쩐과 건강에 탈이라도 났단 말인가.
◆ 늦은 밤에 이슬로 바지가랑이를 적시고 노숙한 적이 있단 말인가.
◆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리모컨만 쥐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인가.
◆ 화장실 변기통에 흘려버린 물방울을 그대로 방치한 적이 있단 말인가.
◆ 거실 바닥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어도 못 본채 밟고만 지나갔단 말인가.
◆ 퇴근 후 마나님 올 때까지 밥도 안하고 바보상자만 처다 보고 있었단 말인가.
◆ 자기 옷 자기가 주름잡지 않고 다림질 안 해준다고 투정을 부린 적 있단 말인가.
◆ 각종 기념일에 선물한번 안한 매정하기 짝이 없는 그런 남자란 말인가.
◆ 처갓집 일에 최우선으로 앞장서야 하거늘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함이 없었는가.
◆ 아이들 교육에 무관심으로 일관했단 말인가.
열 가지 고민을 해보니 답은 나온 것 같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려 생각하니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갑자기 머리가 뜨거워진다. 이 밤을 걷고 걸어 열나는 머리를 식혀야겠다. 다행히 남쪽에 머물고 있던 장마전선이 북으로 올라오려는지 시원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머릿속 깊숙이 시원해진다. 삶에 지친 너와 나에게 시원한 바람은 하나의 청량제이며 축 처진 어깨에 힘을 불어준다.
우린 항상 조급함을 달고 산다. 밤거리 잰걸음에 여유가 없어 보인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 멈추어 흐느적거려 봤자 쉼 없이 새나가는 돈, 그래, 돈 타령 하지 말고 곧장 집으로 가자, 갈 수 밖에 없는 집,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집, 기거할 집이 있고, 할일이 있고 가족이 있다는 것만 것 만해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는가. 행복의 척도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는데, 모를 일이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태양은 떠오르겠지. 다시 길가에 달리는 차들은 연신 매연을 뿜어대겠지. 매연 뿐만 아니라 소음역시 대단하게 울려 퍼지겠지. 맑고 깨끗했던 창공은 하루사이에 회색빛으로 물들겠지. 하루는 온통 뿌옇게 그렇게 지나가고 말 것이다. 그 속에서 발버둥치는 삶은 몸과 마음이 제멋대로다. 욕망은 저만치 달아나고 있지만 몸은 제자리에 있다. 무엇이 우리들을 이렇게 지치게 만드는가. 좀 여유를 찾을 수 없을까. 남보다 더 라는 작은 욕망의 씨앗이 나도 모르게 탐욕으로 변해버린 것이 아닌가. 그럴 수도 있겠다.
너와 나 사이에 배려하는 마음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마도 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여 꼼짝 못하는 그런 삶은 아니 되리라 굳게 믿고 싶다. 실천하여 매듭을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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