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관악산 육봉과 팔봉종주

말까시 2014. 6. 30. 13:58

 

 

◇ 관악산 육봉과 팔봉종주

 

 

 

 

브라질과 칠레의 8강전은 예선과는 달리 박진감이 넘쳤다. 골을 주고받아 비겨 승부차기까지의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새벽 1시부터 시작된 8강전은 연장전과 승부차기로 승자를 가리기까지 두 시간 넘게 걸렸다.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관악산을 가기위해선 쪽잠이라도 자야했다. 동이 트자마자 서둘렀다. 물을 챙기고 아내가 해준 감자전을 담아 문을 나섰다.

 

밖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안개처럼 가느다란 비는 바람에 날리어 잘게 부서졌다. 우산을 챙길까 했지만 비 온다는 소식이 없었던 관계로 곧장 지하철로 향했다.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빈자리가 많았다. 축구 보느라 모자란 잠을 자야 했다. 자다가 깨고를 반복 비몽사몽에 이수역에 도착한 것도 모르고  지나칠 번했다. 땅속으로만 장장 한 시간 넘게 달린 끝에 과천청사역에 도착했다.

 

길고 긴 계단을 빠져 나와 보니 산사람들이 즐비했다.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던 산님들은 간간이 크게 웃기도 했다. 수락산이나 도봉산처럼 많지는 않았지만 울긋불긋 차려입은 산님들은 개성이 넘쳤다. 해가 보였다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또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보니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해가 쨍한 맑은 날보다 구름이 드리워져 있을 때가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다. 하늘과 땅에 펼쳐진 풍광을 즐기고 있는 사이 평생친구분들이 나타났다.

 

육봉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초입은 완만했지만 갈수록 기암괴석이 앞을 가로막았다. 칼바위에 무릎을 스쳐 상처가 났다.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려보니 피가 나고 있었다. 산님들은 같이 아파했다.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 응급처치를 했다. 다시 바위를 타고 올랐다. 급경사 바위들은 잡을 수 있는 구멍이 별로 없었다. 미모의 여인이 벼랑길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괴성을 질러댔다. 죽음의 공포가 밀려오는지 울음 섞인 목소리는 남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사나이는 용감했다. 자일도 없이 벼랑을 타고 내려가 끌어올리는 것이 아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여인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육봉을 완주하고 식탁을 차렸다. 소나무가 우거진 그늘 아래서 자리를 펴고 옥수수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산 아래에서 마시던 그 맛과는 사뭇 달랐다. 땀 흘리고 마신 막걸리는 오장육부를 빠르게 휘젓고 다녔다.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지치고 힘들었던 기운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감자전과 과일로 안주를 하고 인절미를 점심으로 수다를 곁들여 즐긴 오찬은 삶에 지친 마음을 힐링 하는데 최고였다.

 

바로 하산 길로 접어들려다 팔봉으로 직행했다. 이왕지사 관악산에 왔으니 솟아 오른 봉우리를 모조리 섭렵하기로 했다. 배가 부른 상태고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산행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이를 악물고 칼바위를 넘고 넘어 무사 팔봉을 접수했다. 그곳으로부터의 하산 길은 육산으로 평지와 다름없는 편안한 길이었다.

 

 

 고소한 도토리 묵 

삼천만의 안주 노가리 


  

해가 넘어가려면 아직 멀었다. 산 아래 하천과 상점들은 뜨거운 열기를 품어냈다. 배호추모 음악회가 열리는 곳에서 나오는 스피커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이 요란했다. 빨리 시원한 식당으로 들어가야 했다. 조용하고 인테리어가 깔끔한 막국수 집에 들어갔다. 도토리묵을 안주로 삼아 막걸리를 들이켰다. 위험부담도 없는 하산 주는 스스럼없이 넘어 갔다. 막국수를 나누어 먹고 시원한 호프를 더한 끝에 관악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무더운 여름날 체력단련에 한몫을 하고 웃어 제친 하루는 정신건강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