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가슴 뛰는 콘서트

말까시 2012. 11. 1. 12:55

 

 

◇ 가슴 뛰는 콘서트

 

 

 

 

뽀송하게 맑은 날,「문화 테라피 휴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에 대강당으로 내려갔다.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이미 자리를 꽉 메우고 있었다. 무대에는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어둠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악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피아노를 비롯하여 바이올린 등 현악기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공연시간을 기다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와!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무대에 나타난 화려한 옷차림의 천사들이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조명아래 빛이 반짝이는 형형색색의 드레스위에 드러난 어깨선은 게슴츠레 한 눈을 크게 했다. 빠른 스캔을 위하여 눈동자는 좌우 아래로 빠르게 움직였다. 클래식 해설가 이지혜 교수님의 목소리가 스피커에 울려 퍼졌다. 웨이브가 전혀 없는 단발머리에 검은 드레스는 미소를 머금은 해설가의 얼굴을 더욱더 화사하게 만들었다. 어쩜 저렇게 예쁘게 말을 잘할 수 있을까. 옥구슬처럼 흐르는 목소리는 중요부분에 악센트를 살짝 주어 귀전에 닿는 순간 심금을 울렸다. 시원한 호프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바이올린에 매달린 현이 미세하게 떨리며 울려 퍼지는 소리는 카랑카랑 날카로웠다. 피아노의 맑은 소리와 중저음의 첼로가 도와주고 더블베이스가 거들어 부드러워진 화음은 홀 안을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언제 저런 음률을 들어볼 수 있었던가. 일직이 결혼식장에서 잠깐 색깔 없는 연주를 본이후로 생에 첫 콘서트를 보고 있는 것이다. 손끝에서 만들어진 소리가 나와 하나가 되는 순간 내신분이 급상승 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근엄하게 뒤로 젖힌 어깨를 바로 당겨 고상한척 자리를 고쳐 앉아 경청했다. 갑자기 어깨가 우쭐해지면서 왕이 된 기분이었다.

 

연주가 더해지고 오페라가수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가슴을 파고들어 휘저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리가 맑아졌다.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오자 마음은 리듬을 타고 하늘을 날았다. 굳어있던 얼굴근육이 풀어지면서 행복감이 밀려와 지그시 눈을 감고 감상했다. 살아 있는 음악이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사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내려가 잠시 잠을 청해 쉬려고 했었다. 오산이었다. 한순간이라도 놓친다는 것은 엄청난 돈을 잃는 거와 다름이 없다. 표정, 손짓,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 예술적 감각은 눈동자를 정면으로 고정하게 했다. 눈을 깜빡거리는 것도 아까웠다.

 

사람과 악기가 만들어 낸 화음은 홀 안 구석구석 파고들어 공연 내내 활화산이 되어 가슴을 뛰게 했다. 홀 안을 가득 메운 청중은 장시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음악 감상에 빠져들었다. 중간 중간 해설이 덧붙여지면서 이어지는 연주는 1․2부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의례히 교육하면 지루하고 시간을 때운다는 고정관념이 확 달아나는 순간이었다. 획일적인 교양강좌보다는 이렇게 색다른 주제를 발굴하여 교육을 대신한다면 그 효과는 두 배가 될 것이다. 괜스레 가슴 설레는 10월의 마지막 날 오후, 모처럼 보기 드문 콘서트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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