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으로 치닫는 관악산 서울의 하늘은 태양이 내리쬐어도 푸른빛이 나지 않는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먼지와 매연이 뒤섞여 항상 뿌옇다. 일주일 내내 탁한 공기 속에서 부서져라 일에 파묻히다 보니 심신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주말 산행을 통하여 원기를 회복한다. 나무와 나무가 뿜어내는 향기에 취하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눈이 시원해진다. 산은 만병을 고쳐주는 의사인 것이다. 태양이 내리쬐는 관악산입구광장에는 산행을 하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복장도 가지가지 색을 한 사람들의 눈은 버스정류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울긋불긋한 산사람들을 마구 토해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일행을 찾느라 두리번거렸지만 고정된 시선에 포착된 순간 일행이 달려와 바로 낚아채갔다. 그리웠던 사람들을 다시 보는 즐거움에 부둥켜 않고 얼굴을 부비 대는 사람도 있었다. 만남이란 이렇게 엔돌핀을 팍팍 솟아나게 한다. 오인의 전사들은 배낭에 창을 꽂고 머리에 모자를 쓰고 관악산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산길은 오가는 사람들이 일으킨 먼지로 숨쉬기가 어려웠다. 비가 내려야 할 텐데, 하늘은 맑아 내리쬐는 태양은 더욱더 강렬했다. 가늘었던 이파리들은 어느새 녹색을 탈피하고 푸른빛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다른 산에 비하여 젊은 처자들이 많았다. 훌러덩 벗어재낀 젊은 처자들의 흰 속살은 수많은 시선을 끌어 당겼다. 눈총을 맞은 피부에서는 하얀 연기가 나는 듯 했다. 눈요기 제대로 했다. 막걸리로 새참을 대신했다. 날씨가 30도를 웃도는 관계로 목이 탔다. 물을 마셔보지만 그때뿐 갈증은 계속하여 물을 당겼다.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신문지로 싼 막걸리는 아직도 냉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볼에 대어 두어 번 문질러 열기를 식혔다. 차가움이 신경을 타고 전신에 퍼졌다. 한 사발을 들이키니 그 시원함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바다냄새 고이간직한 해삼과 멍게 그리고 전복으로 안주를 하니 막걸리 맛은 더욱더 진했다. 한 잔술에 여친의 얼굴에는 이미 지어버린 진달래가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술은 여자를 아름답게 하는 먹는 화장품인 것이다. 관악산의 정상은 기암괴석이 많았다. 요상하게 생긴 안테나도 많았다. 관악산 정상에도 태극기는 휘날리고 있었다. 뾰족한 돌산을 자세를 낮추어 걸었다. 미끄러지면 바로 사망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수십 미터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마는 것이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끝에 연주대를 통과 할 수가 있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팠다. 그늘이 있는 좋은 자리는 이미 산사람들이 점령하여 빈틈이 없었다. 먼지가 폴폴 나는 길옆에 자리를 잡고 늦게 합류한 ‘운학’이와 오곡밥을 맛있게 먹었다. 사당역 근처의 빌딩은 먹고 마시고 노는 곳이 태반이었다. 어름이 흐르는 생맥주로 갈증을 해소하면서 이야기는 무르익어 갔다. 계속하여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뒤풀이를 합류하고자 하는 친구가 있어 영등포로 자리를 옮겼다. 본격적인 술판이 시작된 것이다. 어둠을 끌어않고 한국인이 가는 코스를 다 밟고 나니 시간은 한밤중을 향하고 있었다. 온몸 구석구석 퍼져버린 알코올은 정신을 몽롱하게 하고 사지를 비틀어 버렸다. 술에 판정패를 선언하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전철에 몸을 내 던졌다. 영등포의 밤은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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