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로 가득한 해명산 개화산역은 아주 깔끔했다. 사람도 많지 않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친구들은 떨고 있었다. 봄바람이 차가웠던 것이다. 잔잔한 바람은 거리의 먼지를 날리게 했다. 하늘에는 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아주 높게 날아가고 있는 것을 보니 비를 머금은 구름은 아닌 듯 했다. 친구들은 다시 만남에 반가운 듯 미소를 띠었다. 역을 나서는 발걸음은 경쾌했다. 가슴은 뛰고 있었다. 긴장을 해서 뛰는 것이 아니다. 친구여! 친구가 좋아서 뛰는 것이다. 만남과 만남이 거듭 될수록 우정의 깊이는 더해만 가고 있는 것이다. 달구지는 도시를 뒤로하고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다. 창가에 비치는 풍경은 아름답지 못했다. 녹색물결이 춤을 추어야 할 들판은 회색 빛 아파트가 점령했다. 건설장비는 곳곳에 상처를 냈다. 푸른 숲은 사라지고 대신 속살을 들어낸 황토 흙만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강화, 그 넓은 평야는 도시화의 물결 속에 처참하게 짓밟혀 지고 있었다. 인간의 욕심은 또 다른 욕망을 낳아 파괴를 반복하고 말 것이다. 마구잡이식 개발을 한다면 그 넓은 들판이 사라지는 것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석모도로 들어가기 위해 달구지와 함께 배를 탔다. 뱃고동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배는 출발했다. 물결을 치고 나가는 배는 물보라를 일으켰다. 둔탁한 엔진에서 전해져 오는 진동은 난간에 서있는 친구들의 발목을 흔들었다. 친구들은 신났다. 모처럼 배를 타는 기쁨과 바다풍경에 감탄사를 뿜어냈다. 갈매기가 먹이를 찾아 뱃머리를 맴돌았다. 던져주는 새우깡을 잘도 받아먹었다. 손에 쥐고 있는 과자도 순식간에 낚아채갔다. 오랫동안 숙달된 듯 날렵했다. 갈매기와 한바탕 놀다보니 배는 벌써 항구에 접안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해발 327m 해명산은 동네 뒤 산처럼 그리 높지 않았다. 채 땀이 나기도 전에 정상에 올랐다. 탁 트인 시야,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염전도 보였다. 날씨가 맑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했다. 안개는 점점 많아졌다. 해무였다. 능선을 타고 올라오는 해무는 솜사탕처럼 자꾸만 커져갔다. 해는 빛을 잃고 달로 변했다가 이내 사라졌다. 해무는 태양을 삼키고 뱉어내는 요술을 부리도 했다. 구름처럼 밀려오는 해무는 친구들의 입을 벌리게 했다. 와! 하고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능선과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산은 산이었다. 땀이 솟아났다. 숨소리도 커졌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고 또 걸었다. 아직 산에는 꽃이 보이지 않았다. 산수유만이 노란봉우리를 터뜨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핥아 버린 나무는 발가벗은 채로 가늘게 떨었다. 해무는 앙상한 가지사이를 빠르게 헤집고 지나갔다. 자연이 주는 멋을 감상하다보니 밥 먹는 것도 잊었다. 벼랑 끝에 자리를 펴고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술과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여흥을 즐겼다. 보문사 경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절벽에 새겨놓은 불상은 조잡했지만 그것을 보고자 하는 인파는 끝이 없었다. 사람들은 합장을 하고 무엇인가 주문을 하며 부처님께 빌었다. 새로운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절의 운치는 깨졌다. 산을 헐어 세워진 시설물들은 보기가 흉했다. 탁 트인 전망은 좋았지만 규모가 커져가는 절터를 보면서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하산의 끝은 바다였다. 자그마한 배에서는 주꾸미를 마구 토해냈다. 몇 마리 팔 것을 제안했지만 이미 계약된 곳에 나품한다고 거절했다. 회집에서 공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바닷가에 자리를 펴고 주꾸미를 삶아 맛있게 먹었다. 바닷바람은 신선했다. 소주를 벌컥벌컥 마셨지만 취기는 오지 않았다. 어느 덧 해는 수평선에 닿으려 했다. 빨리 육지로 나와야 했다. 강화도로 다시 나온 달구지는 어둠을 뚫고 빠른 속도로 달렸다. 하루가 이렇게 빨리 가다니 아쉬운 듯 뒤를 돌아 해명산을 찾아 보았지만 어둠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아침에 모였던 개화산역에서 다시모여 해산 했다. 산은 또 있다. 그래서 또 올라야 한다.
|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으로 치닫는 관악산 (0) | 2009.05.10 |
---|---|
청학리 장어의 맛 (0) | 2009.05.05 |
오누이 같은 불암산과 수락산 (0) | 2009.03.11 |
지리산 종주 (0) | 2009.02.16 |
내가 품어버린 낙산 앞바다 (0) | 2009.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