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가는 해를 잡아버린 동장군

말까시 2008. 12. 30. 17:46

 

  

◇가는 해를 잡아 버린 동장군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서럽기도 한 듯 맹추위가 도시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 차가운 냉기류가 얼마나 큰지 실내에 있어도 공기의 색깔이 차다는 것을 금방이라도 느낄 수 있다. 살을 애일 듯한 칼바람은 사람도 짐승도 꽁꽁 묶어버렸다. 길가에 사람이 없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벌레 씹은 얼굴처럼 표정이 일그러져 있다. 그래, 가라, 빨리빨리 가거라.


이제 이해도 딱하고 하루 남았다. 새해 아침이 밝아 많은 것을 계획하여 당차게 추진하였지만, 못내 아쉬운 것이 한해를 보내는 보통사람들의 마음이다. 꿈은 부풀어 모든 것을 다 이룰 것처럼 용기백배 했지만 하는 일 모든 것을 다 이룬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쉬워하며 눈감으면 새해가 저절로 밝아오는 것이다. 오지 말라 해도 올 것이고, 가지 말라 해도 가는 것이 세월이다. 세월 따라 가다보면 또 나이를 한설 더 먹는 것이 인생이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먹먹하게 하는가. 한살을 더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가. 경제적인 여건이 낳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커진 것인가. 나날이 커가는 애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인가. 무엇이든 갔다 붙이여도 해당사항이 아니라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나이이다. 그 만큼 생의 한가운데에 서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았나에 따라 무게중심이 약간은 다를 수 있지만 생각의 척도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척이나 고민을 많이 해야 할 때이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계속하여 생각만을 집중한다면 아주 긴 시간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일년을 뒤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의 생각이 어디까지 짚어내어 현명한 길로 인도할지 모르지만 생각하는 그자체도 피곤한 일이다. 마른기침 크게 한번 하고 쉽고 어려운 일순으로 풀어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한해의 마지막 날, 나를 비춰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신체적 변화를 보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것이 확연히 들어난다. 40대를 황금의 나이라고 한다. 그 황금기가 야금야금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느끼고 싶지 않아도 우지직 소리가 들려온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나이에 걸맞게 준비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인 것이다. 생업에 바쁜 사람들이야 일하는 즐거움 빼고는 무엇이 있으랴. 그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다. 그래도 몇 푼 쥐어주는 금전이 있기에 참고 견디는 것이다.


마지막 한해를 보내면서 즐거워 콧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섣달 그믐날 어둠이 깔리고 별이 총총한 가운데 울려 퍼지는 제야의 종소리가 즐거운 가락으로 들리는가. 다 버리고 떠나 홀로인 처량한 모습에서 느끼는 떨리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는가. 그 파장이 겨울바다 너울처럼 길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가. 깊은 밤 뒤 동산에서 서럽게 우는 늑대의 울음소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 울부짖음이 온 동네를 돌고 돌아 아주 느리게 사라지는 것이 제야의 종소리인 것이다.

                    

나만의 생각인가. 그러 하기를 바라면서 호랑이의 꿈이 내년에는 모두 다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빌면서 한해의 넋두리를 적어보았다. 2009년 파~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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