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명절 고향은

말까시 2008. 9. 10. 22:50

 

 

◇ 명절 고향은

미국의 금융대란의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까지 위기설이 나돌았으나 채권시장이 안정을 되찾아 9월 위기설도 사실상 소멸되었다고 한다. 북한의 우두머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나돌아 불안감이 없지는 않지만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우나 IMF같은 절체절명의 위기는 없다고 한다. 경기 불황으로 주머니가 텅텅 비었지만 고향의 하늘에서의 추석은 넉넉하고 풍성한 명절이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내일하고 모래면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명절이여서 좋고 사흘 동안 쉬어서 좋다. 고향에 가는 사람들에게는 고행길이겠지만 부모님 그리고 일가친척 고향산천을 본다는 즐거움에 그만큼 보람을 느낄 것이다. 고향에 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명절증후군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올 것이다. 조상을 숭배하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아름다운 미덕으로 생각한다면 불편한 마음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

지구온난화로 여름더위가 가을까지 따라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성묘길 땀방울 꽤나 흘리게 생겼다. 시골고향집에 냉방기가 설치된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선풍기로 더위를 식힐 것이다. 음식을 장만하는 여친들 후텁지근한 날씨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생겼다. 일그러진 얼굴을 환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은 돈도 아니요 선물도 아니다. 명절 내내 술독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고 아내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를 전할 수 있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애들은 세배 돈 받아 좋고 먹을 것 많아 좋지만 중간에 끼인 우리들은 오직 지갑에서 돈이 나갈 뿐 들어오지 않는다. 명절동안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가족이 다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형제자매간에도 경제적으로 후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괴리로 잘못하다가는 다툼이 일어난다. 아주 불쾌한 일이다. 귀경하는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생각의 차이로 대판 싸움이 일어난다. 냉기류는 일주일 아니 한달 이상 가는 경우도 있다. 말 한마디 서로 조심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가 명절 가족이 모이는 때이다.

고향의 기운을 듬뿍 담아와 도시의 하늘에 뿌려놓으면 뜨거웠던 태양의 열기도 서서히 수그러들어 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고향에서 가져온 신선한 야채며 과일은 긴 여행길에 축 처져 있던 어깨에 힘을 불어 넣는데 최고이다. 금년 철기가 늦어 아직 햅쌀은 나오지 않았지만 과일은 일조량이 풍부하여 풍년이라고 한다. 에너지 비용이 급상승하여 과일 값이 좀 비싼 것이 흠이지만 당도 하나는 끝내준다.

한가위 밤하늘에 둥글게 떠 있는 달을 보며 잊었던 추억들을 하나씩 더듬어 옛날 그 곳으로 한번 가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 보자. 고향의 풀 한포기 돌 하나라도 내 어릴 적 추억이 묻어 있는 소중한 것들이다. 일부는 난개발로 송두리째 사라졌지만 아직도 시골에는 우리들의 삶이 묻어 있는 귀한 것들이 많다. 먹고 마시고 즐겁게 놀고 오는 것도 좋지만 나의 2세들에게 명절의 의미를 정확하게 가르침을 주고 와야 하는 무거운 책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좋은 명절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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