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부부의 존재이유

말까시 2007. 8. 31. 15:53
 

◇ 부부의 존재이유


결혼행진곡에 발을 맞추어 입장한 후 주례선생님의 물음에 “예”함으로써 부부의 인연을 맺는다. 결혼식이 끝나고 뒤돌아서 청중 앞으로 첫발을 내딛음으로써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이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직 가정의 행복만을 위하여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붙어사는 것이 마냥 좋은 양 알콩달콩 살아보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신혼의 달콤함은 금방 사라지고 고민거리가 하나씩 늘어만 간다.


신혼여행을 밀월여행이라고 한다. 여행의 즐거움이 한 달 동안 꿀맛 같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신혼의 단꿈은 한달로서 족하다는 것이다. 신혼의 단꿈은 한달이 지나면서 서서히 저절로 깨어난다. 날마다 비몽사몽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천둥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세상의 일들이 그렇게 녹녹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 정신이 버쩍 든다.


남과여가 만나서 살붙이고 살다보면 서로 부담이 없어진다. 친근감이 지나치다보니 부부의 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상대가 만만하게 보인다. 그러다 보니 가시돋친말이 오가면서 사소한 일로 다툼이 일어난다. 같은 말이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천차만별이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둘 사이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벌어진 틈사이로 갈등이 비집고 들어온다. 갈수록 티격태격 하다보니 결혼생활이 점점 버겁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생각을 고쳐먹기로 다짐을 하지만 갈등의 골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혼자만의 삶이었을 때는 허물이 아니던 것들이 가정이란 구성원이 된 다음부터는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의무로 바뀐다. 챙겨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 한 몸일 때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도 둘이 되고부터는 받아들이는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행동함에 있어서 조심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아진다.


양가 대소사에 휘말리다 보면 쥐꼬리만한 월급은 일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금전적인 문제에 봉착하다보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진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은 없어져야 할 일이라고 주절거려 보지만 수많은 세월동안 이어져 온 관습이 하루아침에 없어 질리는 없다. 능력의 한계에 또 한번 비애를 느끼는 순간이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많은 것들의 시행착오를 격고 난 다음부터 비로소 한가정의 아빠 엄마가 되어 진정 어른의 길을 걷는 것이다. 어른이 되었다고 권한이라고 뭐 있나. 온갖 해야 할 의무만 늘어난다. 자식이 태어나면서 먹을거리, 입을 거리, 교육문제 등 골치 아픈 과제만 산더미처럼 쌓인다. 애들은 애들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불만투성이다. 그러나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풀 수가 없다. 복잡한 세상사 내 한 몸 추스르기도 힘든데 자식과 아내의 요구사항에 일일이 들어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참으로 한가정의 가장으로 산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중년, 인생의 반을 살았다. 애들도 어느 정도 성장하여 가사의 부담이 덜한 것은 사실이다. 이제 내 인생을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돈을 벌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은퇴하고 할일이 없다면 그것처럼 슬픈 일이 또 있겠는가. 시골에 내려가서 소일거리 하면서 전원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일직 준비하지 않으면 일장춘몽에 불과하다. 노년에 행복하기 위해서는 재태크를 아주 잘해야 된다고 말들이 많다. 재산을 많이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재산을 유지하고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 바로 자식농사 잘 짓는 것이 최고의 재태크가 아닌가 한다. 글공부에 전력투구하자.


부부의 인연을 맺고 마지막 가는 그날까지 부부로 산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 중에 선택되어진 몇몇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인 것이다. 농경사회는 하나 같이 삶의 방식이 거의 대동소이 하지만 현대사회는 너무나 다양하여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하게 사는 것인지 헷갈린다. 명강사들이 떠들어 대는 진리도 모두에게 상통하는 것은 아니다. 부부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달콤한 행복만을 찾아 헤매지 말고 살아가면서 갈등과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해결사로서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바로 그것이 부부가 존재하는 이유인 것이다.  


 

'삶의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맙다 가을비  (0) 2007.09.14
가을이 저만치 오기는 왔는가  (0) 2007.09.04
치유하자, 다시한 삶을  (0) 2007.08.20
마음이 건강한 삶  (0) 2007.07.31
한국축구의 추락은 어디까지 인가  (0) 2007.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