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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냄새를 맡고 달라붙는 그녀

말까시 2016. 3. 25. 11:47

 

◇ 돈 냄새를 맡고 달라붙는 그녀

월급봉투가 사라진지 오래다. 통장으로 입금되는 월급은 만져볼 수도 없다. 대부분 아내가 관리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들은 돈에 대해선 철저 했다. 절대 엄마에게 경제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장인 역시 금고를 움켜쥐고 생활비만 장모에게 지급한다. 평생 돈 관리를 해보지 못한 장모는 이의를 제기 하지 않는다. 부부 중 누가 돈 관리를 해야 효율적일까. 답은 없다. 형편에 따라 합의 하에 꾸려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월급 외에 성과급이라는 것이 있다. 전년도 실적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아내 몰래 비자금으로 조성하기 딱 좋은 돈이다. 몇 년 전부터 냄새를 맡은 아내는 시기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 많은 돈 다 받아 어디다 쓰려고 한 푼도 내놓지 않냐”며 닦달을 한다. “경조사비를 비롯하여 기름 값 그리고 친구들과 술 한 잔 마시는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나" 하고 일언지하 거절했다.

포기 할 줄 모르는 아내는 모든 것을 돈을 결부시켜 언짢게 한다. “요즘 우울증에 걸려 살맛이 안 난다.”며 “밥도 반찬도 하기 싫다”고 한다. “자기가 돈 좀 풀면 우울증은 없어 질 것”이고 “집안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데, 왜 돈을 풀지 않을까요.” 요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밀고 당기는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살림하다보면 이것저것 쓸 일이 많다며 집요하게 달려드는 아내가 미워진다. 포기 할 줄 모르는 아내는 언제부턴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거실 여가 된 것이다. 새벽에 잠깐 들어와서는 칼잠을 잔다. 선을 그어놓고는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자존심 상한 난 구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엊저녁은 외식을 했다. 아내가 몹시 피곤하다며 나가서 먹자는 것이었다. 순댓국에 소주 한잔을 했다. 아내는 또 돈타령을 멈추지 않았다. 나와 아내의 대화를 듣고 있던 딸내미는 이상한 듯 고개를 갸우뚱 했다. “아니, 자기가 번 돈 자기가 관리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생활비는 공동으로 부담하고, 요즘 세상 다들 더치페이 하는데, 엄마 아빤 별 것 가지고 다투고 그래” 신세대 여성 딸내미가 정확하게 판결을 내려 주었다.

그래도 아내는 포기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지켜온 경제권을 절대 놓지 않겠고, 성과급 역시 절반은 내놓아야 한다.”며 “내놓지 않으면 불편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술기운이 머리를 강타했다. 기분이 좋아질라 했다가도 돈 이야기가 나오면 짜증이 났다. 작년에 조금 떼어준 것이 잘 못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줄 순 없었다.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이다. 나도 뜻 깊게 쓸 것이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이 황금연휴다. 당신도 휴가 내라. 고향에 갈 것이다. 양가 부모님 식사비용 및 용돈 그리고 오고가는 교통비 전액부담 할 것이다. 내 의견에 답하라.” 허허 너털웃음을 짓던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해서 일주일째 냉전 상태는 화애모드로 전환됐다. 아침밥상에 동그랑땡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