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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총에 날아간 인생이여!

말까시 2014. 11. 28. 10:44

 


◇ 새총에 날아간 인생이여!

 

대지는 하얀 눈이 내려 풀 한포기 볼 수 없다. 먹이를 찾을 수 없는 새들은 사람 사는 곳으로 날아들어 재잘거린다. 초가지붕 사이 빈틈은 겨울참새들이 보금자리를 틀고 밤을 새는 곳이다. 그것을 잡기 위한 인간과 새들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손을 넣어 잡기는 쉽지 않다. 그물을 치고 작대기로 두들겨 잡고자 했지만 날쌘 참새는 용케도 빠져 나간다. 이때 새총이 등장한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나무에 앉아 있는 참새들이 곤두박질친다. 아뿔싸, 잘못 당겨진 방아쇠가 친구의 머리로 산탄을 날려 보냈다.

 

겨울 방학이 되면 토끼 사냥을 하고 논에 나가 썰매를 타고 놀았다. 산골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드물다. 학교는 누구나 가는 것이기에 가방 메고 갔다가 도시락 까먹고 오면 그만이다.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노는 거에 관심이 더 많았던 아이들은 방과 후에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구슬치기를 하고 딱지 따먹기를 했다. 배가 출출하면 그물에 걸린 참새를 불에 구워먹기도 했다. 살점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고소하니 맛이 좋아 어른들이 더 좋아 했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어느 날, 친구의 손에 새총이 쥐여져 있었다. 새총은 납탄을 날려 한 번에 여러 마리를 잡을 수 있다. 공기를 압축하여 발생하는 힘을 이용하는 새총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냥시즌이 되면 경찰서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허가 받아 가지고 나올 수 있다. 그만큼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이다. 친척집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새총은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한번 쏘아 보고 싶은 충동에 아이들은 그 아이 주변에 몰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명석하여 공부에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친구가 있었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친구는 우등생이었다. 못마땅했다. 총을 들고 대문 앞에 가서 친구를 불러냈다. 군고구마를 들고 나오는 친구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겁을 주기 위한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다. 친구는 멈칫 했다. 다시 한 번 위협을 가하는 순간 방아쇠가 당겨지고 말았다. 탄알이 장전되어 있었던 것이다. 친구는 퍽하고 쓰러졌다. 이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총알은 친구의 머리에 무수히 박히고 말았다. 친구는 의식이 없었다. 

 

전화가 없었던 시절 택시를 부를 방도가 없다. 친구는 리어카에 실려 읍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다시 대형병원으로 가야 했다. 친구는 병원에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은 끝에 의식이 살아났다. 머리에 박힌 탄알을 제거 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평생 지니고 살아야 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들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넘어질 때 어깨가 빠진 것도 모르고 있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오른팔을 쓰지 못했다. 오른쪽 다리 역시 편치 않았다. 반신불수가 된 것이다.

 

방아쇠를 잘못당긴 친구는 이사를 가버렸고 총을 가지고 온 친구는 오랜 송사에 휘말려 원수가 되었다. 발신불수가 된 친구부모는 화병이 나서 얼마 살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형과 누나는 출가하고 혼자 남겨진 친구는 불편한 몸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불구가 된 것을 비관한 친구는 술로 나날을 보내다가 30대 초반에 주검으로 변했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눈이 내리면 사냥철이 다가온다. 위험한 총기가 방출되는 시기이다. 소중히 다루어야 할 총기, 방심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