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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위가 춤추는 용조봉. 신성봉

말까시 2014. 10. 6. 10:54

 


◇ 칼바위가 춤추는 용조봉ㆍ신선봉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가을날 육중한 전동차는 용문역을 마지막으로 운행을 멈추었다. 용문역 앞에 펼쳐진 일요장터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볼거리 천국이었다. 뻥튀기는 가스 불에 달구어져 강냉이와 밤을 튀겨 냈다. 장터에는 각종 약초를 비롯하여 호미, 낫, 칼, 싱싱한 농산물, 없는 것 없는 만물상이었다. 이른 아침 통닭, 부침개, 메추리구이는 구미를 당겼다. 한 바퀴 도는 내내 눈이 즐거웠고 한입 물어 맛본 수수부꾸미는 추억의 맛을 되살렸다.

 

 

추억의 뻥튀기 

노릇노릇 잘 익은 통닭 

 

 

달구지는 시골길을 달렸다. 벼이삭이 누렇게 변해 황금불결을 만들었다. 배추와 무는 무성하게 자랐다. 녹색의 푸성귀는 밭과 밭을 이어갔다. 빨갛게 익은 고추는 몇 개 남지 않았다. 군데군데 집들이 있었지만 사람구경은 할 수 없었다. 적막한 시골길을 산님들만이 깔깔 거리며 휘젓고 다녔다. 산 어귀까지 이어진 시멘트 포장길은 시골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녹이 벌겋게 물든 경운기만이 ‘여기가 시골이요’를 알리는 것 같았다.  

 

‘용조봉’을 오르기 위한 들머리는 돌계단과 난간으로 오솔길을 걷는 묘미를 앗아갔다. 초입부터 이어진 급경사는 산님들의 숨소리를 거칠게 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흘러 눈을 따갑게 했다. 간간이 불어오는 갈바람은 상큼했다. 파란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하늘은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마술을 부렸다. 열한명의 전사는 산이 주는 선물과 사람들이 만들어낸 소리에 감응되어 길게 늘어졌다.  

 

드디어 칼바위가 춤추는 암릉이 나타났다. 가파른 바위는 잡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잡고 밀어주고 힘을 보태 한고비를 넘겼지만 한 여인이 망설이고 있었다. 자신이 없다는 여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흑기사가 달려들었다. 바위를 잡고 한발을 움직이려는 순간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보름달처럼 아리따운 여인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고개를 절래 흔들며 뒤로 물러섰다. <귀꿈사> 첫 산행인데 포기하고 돌아가는 여인의 뒷모습이 안쓰러웠다. 

 

여인이 떠난 후 전진과 후퇴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했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잠시 머물러 있는 사이 한 사나이가 뛰어 내려가 낚아 채 왔다. 걱정거리를 해소해 준 사나이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내친김에 시원한 막걸리를 한잔씩 돌리며 한숨을 돌렸다. 다시 산행은 시작되었다.  

 

‘용조봉’을 오르는 내내 칼바위는 앞길을 가로 막았다. 자세를 낮추고 바위를 타고 넘어 정상에 올랐을 때는 정오를 한참 넘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신성봉’을 올라야 하산길이 나온다 한다. 역시 바위는 그대로였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신성봉 표지석을 배경으로 무수히 많은 셔터를 눌렀다. 아찔한 벼랑 끝에 모여 멋진 그림을 담기도 했다. 

 

 

폭포 수호신 소머리 

조계골 폭포 

 

 

‘조계골’을 따라 하산하는 길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산이 깊지 않으면 물이 흐르지 않는 법인데 산세가 범상치 않았다. 폭포수 아래 자갈밭에서 늦은 점심을 즐겼다. 산아래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한정식에 아카시아 주를 곁들이니 흥이 절로 났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은 또 다른 정보를 만들어 너나 없는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첫 산행, 아주 멋진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쉬운 듯 머뭇거리는 산님들은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달구지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