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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증을 앗아간 막창구이

말까시 2014. 9. 22. 15:25

 


◇ 체증을 앗아간 막창구이

 

 

 

<심혈을 기열여 만든 막창구이>

 

 

 

일전에 소 곱창을 잘못 요리하는 바람에 실망을 시킨 적이 있었다. 완전히 익히지 않은 채 토막을 내는 순간 곱이 빠져나와 엉망진창이 되었었다. 한번 삶아 내고 구워야 하는 것을 몰랐던 소 곱창 구이는 반쪽이 되어 질기고 맛이 없었다. 주물로 만든 곱창전용 불판을 장만해 실력발휘를 하려다가 망신만 당했다. 아이들과 아내에게 면목이 없었다. 언젠가 다시 한 번 도전하리라 굳게 다짐을 했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이 아닌가. 매일 같이 탄수화물만 먹어서야 어디 힘을 쓰겠는가. 아들은 고삼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딸내미 역시 취업준비로 정신이 없다. 잠자는 시간이 불규칙하여 제때 식사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은 불만투성이다. 나름대로 준비해놓은 음식을 타박하는 아이들이 못마땅한 아내는 화살을 나에게 돌린다. 다들 예민해 있는 아이들이나 날카로운 성격의 아내를 달랠 방법이 없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소 곱창보다 저렴한 돼지 곱창요리를 해보는 것이다. 요리방법을 공부하고 곱창의 종류를 조목조목 살폈다. 얇은 곱창보다는 굵고 통통한 막창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입이 짧은 우리가족이 먹기에는 1Kg이면 족했다. 과감하게 구매결정을 눌렀다. 아내가 알면 극구 말렸을 것이다. 세척과정도 복잡하고 기름이 튀는 막창구이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생각보다 배송이 빨랐다. 아이스박스에는 아이스 팩이 두 개나 있었다. 냉동식품이라 배달과정에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세척하는 것이 관건이다. 위생적으로 세척되어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다지만 밀가루를 풀어 여러 번 세척을 했다. 막창은 잡냄새를 잡는 것이 관건이다. 냄비에 물을 붓고 굵은 소금을 뿌렸다. 생강도 통째로 넣고 후추도 뿌렸다. 맹렬하게 끓을 즈음 된장을 풀고 한참을 삶았다.

 

물컹했던 막창이 탱글탱글하게 부풀어 올랐다. 냉수마찰을 여러 번 한 후 건져 물기를 뺐다.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드리우고 얇게 썬 마늘을 볶았다. 마늘향이 기름에 밸 무렵 막창을 넣고 구웠다. 골무만 하게 잘랐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막창에 다시 후추를 뿌리고 맛소금을 약간 넣었다. 매실액도 넣었다. 막창의 잡냄새는 완전히 잡힌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양파를 곱창위에 올렸다. 드디어 막창구이가 완성되었다.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식탁위에는 상추와 깻잎이 올라와 푸름을 자랑했다. 휴대용전기렌지 위에 잘 익은 곱창을 올렸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미심적은 듯 막창을 소스에 찍어 오물오물 하던 아들놈이 쾌재를 부른다. 질기다고 싫어했던 아내도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좋다고 칭찬을 연발했다. 삼겹살만을 좋아하는 딸내미는 그런 데로 괜찮다면서 젓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대성공이다.  

 

며칠 속이 좋지 않아 불편했었다. 지방이 많은 곱창을 먹고 탈이나 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고소함에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들깻잎에 싸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소주잔을 비우다 보니 페트병 500미리 빨간 소주를 다 마셨다. 설거지는 아내에게 맞기고 그대로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가뿐했다. 더부룩했던 속도 편했다. 막창을 안주삼아 마신 소주가 약으로 치료 할 수 없었던 체증을 깔끔하게 낫게 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