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벅찬 감동을 안겨준 대청봉

말까시 2014. 8. 18. 15:44

 


◇ 벅찬 감동을 안겨준 대청봉

 

                                                     - 일시 : 2014. 8. 14.(목) 08.30 ~ 16:30(8시간 소요)

                                                     - 코스 : 한계령-서북능선-대청봉-오색

 

 

 

 

 

먼동이 트기 전에 일어났다. 아내는 꿈나라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새근새근 숨소리가 거칠다. 전등에 전기를 공급하고 흔들어 깨웠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아내는 재촉하는 것에 못 마땅한 듯 앵앵 거린다. 엊저녁에 먹다 남은 찬밥에 열무김치를 얹어 번개 식사를 했다. 밥맛이 없다는 아내는 해독주스 한잔과 견과류를 털어 넣고 아침을 대신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아직 어둑어둑한 거리에는 차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경춘 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막힘이 없었다. 차들은 굉음을 내며 총알처럼 내달렸다. 남춘천을 빠져 나와 한계령을 오르는 길은 구불구불 아찔했다. 워낙 겁이 많은 아내는 커브를 돌때마다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아침임에도 한계령 휴게소에는 차들로 가득했다. 듬성듬성 산행준비 여념이 없는 산님들은 남설악의 비경에 탄성을 자아냈다.  

 

휴게소 사이에 나있는 들머리를 시작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초입부터 급경사로 이어진 길은 철제계단과 돌계단이 반복되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가다서기를 반복해야 했다. 아직 갈 길은 먼데 벌서부터 기진맥진한 육신은 힘을 내지 못했다. 이를 악물고 바위를 넘고 넘어 올라 바라다 본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내 역시 비경을 바라다보니라 정신이 없었다. 기암괴석들이 끝없이 펼쳐진 풍광은 한동안 시선을 머물게 했다.

 

 


 

서북능선을 타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나무들이 우거져 숲속의 터널을 걸었다. 고도가 높음에도 큰 나무들이 많았다. 능선 길 대부분은 돌길이며 칼바위들이 앞을 가려 발을 디딜 곳이 마땅찮았다. 탁 트인 공간에 앉아 과일을 안주삼아 냉 막걸리를 들이 키고 나니 힘이 솟았다. 비경에 취한 아내는 설악산에서 마시는 술맛이 어떨까 하며 한 모금 마시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파르르 떨었다.  

 

맑았던 하늘에 구름이 드리우고 잠시 후 설악산 봉우리를 하나씩 삼켜버렸다. 저 멀리 중청대피소가 눈에 들어오고 그 위에 대청봉이 우뚝 솟아 있었다. 눈 깜작할 사이 계곡을 타고 온 물방울은 대청봉 정상을 감추어 버렸다. 반쪽짜리 대청봉을 배경으로 그림을 담고 중청대피소를 향해 달렸다. 들마루에 걸터앉아 밥상을 차리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졌다. ‘천왕봉 갈 때도 비 때문에 망쳤는데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우산을 쓰고 점심을 해결했다. 

 

정상에 오르자 구름은 가셨지만 빗방울은 멈추지 않았다. 풀 한포기 없이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은 산님들로 북적였다. 저 멀리 울산바위가 희미하게 보였다. 구름에 가려 보였다 가렸다 하는 공룡능선의 칼바위는 무릉도원을 방불케 했다. 벅찬 감동을 주체 할 수 없어 소리를 지르고 손을 흔들었다. 대청봉 표시석을 배경으로 셔터를 누르는 산님들은 저마다의 포즈로 정상탈환의 기쁨을 만끽 했다.  

 

오색으로 하산하는 길은 오르는 길보다 더 급경사였다. 끝없이 이어진 급경사와 계단은 엄지발가락을 수없이 공격했다. 무릎이 저절로 꺾이고 비는 계속하여 어깨를 짓눌렀다. 고생 끝에 오색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 앞에 보였다. 힘이 저절로 솟았다. ‘드디어 대청봉산행을 성공했구나.’ 아내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만세를 불렀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동명항 회집에서 황제물회와 소주잔을 비우며 만찬을 즐겼다.

 

 

 

<황제물회>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석강이 아름다운 변산반도  (0) 2014.10.16
고구마 캐던 날  (0) 2014.10.13
숲속의 궁전(도봉산 포대능선)  (0) 2014.07.28
천왕봉은 나를 품지 않았다.  (0) 2014.07.07
관악산 육봉과 팔봉종주  (0) 201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