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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 막창

말까시 2014. 6. 5. 15:41

 

 

◇ 지글지글 막창

 

 

불판위에 막창 

노릇노릇익어가는 막창 


 

 

전문식당에서처럼 곱창을 구워먹을 순 없을까. 마트나 정육점에는 곱창을 판매하지 않는다. 구지 사고 싶다면 우시장이 밀집되어 있는 독산동이나 마장동으로 가야 한다. 산다 해도 손질하는 것이 까다로워 엄두를 내지 못한다. 식당에서 판매되는 소곱창 1인분은 양이 많지도 않은데 비해 너무 비싸다. 더군다나 야채가 반을 차지하고 순수 곱창이 아니라 염통이 함께 딸려 나온다. 그래!!!! 불만을 해소해보자. 인터넷을 검색하여 연구에 들어갔다.

 

곱창을 집에서 구워먹으려면 전용 불판이 필요했다. 삼겹살을 구워 먹는 불판으로는 업소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은은하게 구워야 하는 곱창은 바닥이 두꺼운 불판이 필요했다. 업소에서 사용하는 원형 불판을 검색하자 무수히 많았다. 주물로 만든 불판이 눈에 들어 왔다. 무게 역시 4Kg이상으로 일반불판과는 차원이 달랐다. 두께가 있어서 서서히 달구어지며 한번 열을 받으면 쉽사리 식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바로 구매 결정을 눌렀다.

 

식탁위에서 구워먹으려면 휴대용가스렌지를 사용해야 한다. 아내는 위험하고 부피가 크다며 집에서 구워먹는 자체를 싫어했다. 얇은 전기렌지가 필요 했다. 비쌀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저렴했다. 두께도 얇아 아내 역시 만족할 것 같았다. 주문한 다음날 배송되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빨리 가동해보고 싶었다.

 

불판과 전기렌지를 식탁위에 올려놓고 보니 전문식당처럼 분위기가 살았다. 전원을 켜자 벌겋게 달아올랐다. 마트에 달려간 아내는 등심을 사왔다. 소고기는 일도화상만으로도 먹는데 지장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바닥두께가 두꺼워 타지 않고 잘 익었다. 대만족이다.

 

다음날, 곱창을 주문했다. 손질이 다된 횡성한우로 바로 구워먹기만 하면 되는 곱창은 500g단위로 판매했다. 실패다. 양은 상당했는데 굽는 과정에서 곱이 터져 나와 지저분하고 다 익을 무렵에는 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실망한 나머지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포장 속에 요리법이 있는 것을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소곱창은 찜통에 넣고 푹 익힌 다음 불판에 구워야 곱이 빠져 나오지 않고 탱글탱글한 모양이 유지된다. 경험부족이다.

 

여기서 멈출 순 없다. 뉴질랜드산 막창을 구매했다. 가격이 저렴해서 돼지 껍데기도 함께 구매했다. 양념이 다된 막창은 먹음직스러웠다.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불판에 막창을 올리고 가장자리에 감자와 양파를 둘렀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막창의 구수한 냄새는 침샘을 자극하고 식욕을 당겼다. 노릇노릇 익어 먹음직스러운 상태에 이르렀을 때 토막을 냈다. 별다른 소스 없이 막창 자체만으로도 쫄깃하니 맛있었다. 돼지 껍데기 역시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라 신기한 듯 잘도 먹는 아이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오늘 이후로 외식은 없다. 특식은 내가 만든다. 연중 4대 행사인 가족 생일은 ++1등급 꽃등심으로 상차림을 할 것이다.” 일방적인 선언에 불만을 토로 했지만 가정경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외식비용 삼분의 일만으로도 맛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데 구지 전문식당으로 발품을 팔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행복을 귀찮다는 핑계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깔금떨기로 소문난 아내의 심기를 건들지 않는 선에서 묘안을 찾은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아마도 가스레인지로 밀어 붙였더라면 대판 싸움이 일어났을 것이다. 나의 주장만이 옳다고 고집을 피우기보다는 상대방 의중을 꿰뚫는 해안을 길러 응대한다면 화목은 저절로 가정을 굳건히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