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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날 전야 말다툼

말까시 2014. 5. 21. 15:14

 

 

◇ 부부의 날 전야 말다툼

 

오늘이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화목을 위해 2007년부터 달력에 표기되는 엄연한 법정기념일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로 빠르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혼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가정이 해체되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가정의 달인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부부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조촐한 기념식을 갖자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 어떠한 약속도 정하지 말고 곧바로 귀가 와인이라도 한잔 나누며 부부의 연을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것 같다.

 

신혼 초 깨가 쏟아진다고 한다. 혼자인 삶이 둘이 합쳐지면서 호기심 반, 기대 반 긴장된 삶으로 시작한다. 좋은 감정으로 맺어진 인연, 모든 게 신기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은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육체적 쾌락과 가정이란 울타리에서 혼자가 아닌 것에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인간 내면에 깊숙이 숨어 있는 악의가 드러나지 않은 신혼시절을 고소함의 대명사인 깨를 비유하여 그렇게 말한 것이다.

 

엊저녁 사소한 말다툼으로 소원해져 밤새 손길 한번 오가지 않았다. 부부의 날 하루 전이다. 성탄전야는 모든 사람들이 들떠 즐긴다. 부부의 날 역시 언론에서 집중 조명하여 무엇인가 이벤트를 하려 했다. 부부간의 다툼이 있을 때마다 아이들은 불안에 떤다. 성인이 된 이후론 부부싸움에 끼어들려 하지 않는다.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해봤자 똑 같은 부모가 아닌가. 잘 못 편들었다가는 추후 닥칠 불이익에 두려운 나머지 끼어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새벽 같이 일어나 손수 아침을 챙겨 먹었다. “댕겨 오겠습니다.” 아침 인사도 없이 슬그머니 빠져 나왔다. 밤새 이상했을 것이다. 손길이 침대 중앙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상시 더듬이 손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투정을 했었다. 더듬이가 활동하지 않았으니 포근한 잠을 잤을까. 평소 하던 습관이 어느 날 갑자기 멈춰지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지사 밤새 골똘히 생각하느라 선잠을 잤을 것이다.

 

사무실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카톡이 날라 왔다. 이른 아침 누가 보냈을까. 잔뜩 기대하고 열어 봤더니만 아내의 사랑의 메시지였다. 평소 대나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까칠하고 뻣뻣한 성격의 소유자인 아내가 하트가 춤을 추는 메시지를 보낸 것에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껏 내가먼지 애정표현을 했지 사랑이란 단어만 생각해도 두드러기가 난다는 그런 여인이다. 아침에 비아그라를 잡수었나! 별이 별 생각이 났다.

 

그럼 그렇지 부부의 날 전야에 다툼이 있고나서 안방으로 피신한 남편이 안쓰러웠던 것이다.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예감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바로 응수하여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야 했지만 존심이 상했다. 일단 오늘 집에 안 들어가겠다고 협박성 문자를 날렸다. 웃고 있는 해골바가지를 보내왔다. 그 이후 아무런 답이 없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안해진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오늘은 뜻 깊은 부부의 날인데 신냉전시대에 돌입하게 된다면 앞으로 가정생활이 순탄치 않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사실 지금껏 다툼이 있을 때마다 내자 먼저 화해를 했었다. 아침 메시지를 바로 수용했으면 이렇게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후회스럽기도 하다. 해는 기울어 저녁으로 내달리고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이 불안해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