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시아 꽃향기 넘실대는 오월
장미의 계절 오월도 중순을 달리고 있다. 봄꽃들이 지고 열매를 맺어 알알이 커가고 있다. 도심 속 야산에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꽃은 눈처럼 하얗다. 바람타고 날아드는 꽃향기는 사내가슴을 벌렁대게 한다. 여인의 향기가 되어 다가온 꽃향기는 야릇한 감정을 자아내어 황홀감에 빠져 들게 한다. 나도 모르게 발길은 그곳으로 옮겨 간다. 하늘 높이 솟아 오른 아카시아 나무는 하늘을 덮고 향기를 뿜어 가두어버린다. 잠시 머무는 동안 취함이 만들어낸 행복은 자연이 주는 커다란 선물이다.
아카시아 꽃은 진달래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꽃이다. 배고픈 시절 산에 올라 진달래를 따먹고 한소쿠리 따다 주면 전을 붙이어 장식을 했다. 진달래가 지고 아카시아 꽃이 피면 꽃을 따러 산으로 향한다. 한 움큼 훑어 입에 넣으면 달짝지근하면서 배가 불러 온다. 허기진 배를 일으켜 세우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양봉업자를 부르는 아카시아 꽃은 꿀을 생산하고 효소로도 담아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술로 담아 숙성하면 양주 못지않은 그윽한 향에 이끌리어 앉은 자리에서 한 병을 다 비운다고 한다.
밤이 되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짝을 찾는 구애의 소리는 밤공기를 타고 멀리 날아간다. 개골개골 울어대는 소리는 즐거움과 슬픔이 내포되어 장시간 듣다 보면 처량하기까지 하다. 발길을 옮겨 다가가면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여 울음을 멈춘다. 사랑싸움에 방해가 될까봐 물러나 숨죽이면 또 다시 울려 퍼지는 개구리소리는 짝짓기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날이 훤해서 물가에 나가보면 검은 알들이 무수히 떠있다. 사랑의 결실인 것이다. 바싹 마른 논에 물이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개구리가 짝짓기를 끝내면 아카시아 꽃이 지고 푸른 숲 위에 다시 하얀 꽃이 핀다. 멀리서 보면 아카시 꽃과 흡사하여 구분이 쉽지 않다. 바로 밤꽃이다. 아카시아 꽃향기와는 달리 비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미간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아카시아가 여인을 품고 있다면 밤나무는 사내를 끌어 앉고 있는 형상이다.
사내들이야 한발 일찍 핀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해 비릿한 밤꽃냄새는 안중에도 없다. 반면, 여인들은 비릿한 냄새를 향기라 칭하고 열광한다. 밤꽃향기가 그윽한 숲속에 명당자리는 먼저 차지하려는 여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꽃향기에 취한 여인들은 송충이가 머리 위로 떨어져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더 마시겠다는 일념으로 벌린 콧구멍은 똥파리가 드나들어도 모자람이 없다. 밤꽃향기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여인이 내는 수다소리도 커져만 간다.
계절은 다양한 냄새와 향기를 안겨다주고 아름다운 꽃과 푸른 숲을 제공한다. 벌 나비 날아드는 들판에 이름 모를 야생화는 작고 화려하지 않지만 그것들이 수놓은 들판은 병풍처럼 아름답다. 키다리 억새와 갈대는 작은 바람에도 춤을 춘다.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는 물이 바짝 올라 비틀어 뽑아내면 버들피리가 만들어진다. 숲이 우거지니 새들의 천국이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우는 새들은 집을 짓고 알을 품어 종족번식에 여념이 없다. 날이면 날마다 푸른 숲을 거닐고 싶고 강을 건너 높이 솟아오른 산에 오르고 싶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들이 저마다의 용틀임을 하고 있는 신록의 계절 오월이 무르익어 푸른 빛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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