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송어 사냥

말까시 2014. 5. 12. 14:33

 

 

◇ 붉은 속살이 자랑인 송어사냥

 

 

 

송어 회 하면 붉은 색감이 너무 강렬하여 보는 순간 침이 고인다. 도톰하게 썰어 나오는 송어 회는 콩가루와 야채를 곁들여 먹으면 고소함이 두 배다. 초장에 찍어 먹는 것도 별미지만 대한민국 소스의 원조 격인 된장과의 만남은 고기의 맛을 좋게 하는 찰떡궁합이다. 회를 뜨고 남은 뼈와 머리를 넣고 끓인 매운탕은 얼큰하면서 시원해 후루룩 마시면 개운하다. 반찬이 없어도 밥한 공기 뚝딱 하는데 국물만한 것이 없다. 주말 그녀와 함께 송어 사냥에 나섰다.

 

토요일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다. 아내는 자전거 여행에 나서느라 새벽같이 나갔다. 아이들은 점심때나 되어야 일어난다. 적막감이 감도는 보금자리는 절간처럼 고요했다. 월래 봄이 오는 순간 거실과 안방 가구를 재배치 할 계획이었다.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먼지피우며 구조를 바꾸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아내는 변화를 싫어한다. 아무도 없는 틈을 이용하여 해치우는 수밖에 없었다.

 

거실에 있는 책장의 위치를 바꾸고 안방에 있는 텔레비전을 거실로 꺼내 재배치했다. 아이들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안방으로 들여놓았었다. 직직한 커튼을 떼어 버렸다. 창문에 아무것도 없으니 시야가 탁 트여 거실이 커보였다. 그림과 사진의 위치도 바꾸었다. 잡동사니를 정리하여 수납하고 나니 집이 한층 넓어보였다. 느지막이 일어난 아이들은 새집에 이사 온 것 같다며 좋아 했다. 해가 어둑해져서 들어온 아내는 큰일을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요일 오후가 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주말 이틀을 집에 머물러 있으려니 좀이 쑤셔 미칠 지경이다. 무엇인가 건수를 만들어야 했다. 아내는 무리하게 타버린 자전거 때문에 오전 내내 주무시고 있었다. “나 어제 큰일을 했는데 한턱 쏘면 안 되나?” 만사가 귀찮은 듯 대구도 않는다. 두 손을 머리위로 올려 만세를 부르고 주무시는 아내가 얄미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점심때쯤 일어난 아내는 아이들 식사준비로 분주히 움직였다. 몸도 풀 겸해서 자전거를 타자고 한다. 거역했다가는 불협화음이 일어날 것 같아 흔쾌히 승낙했다. “해장국 한 그릇 사사주면 안되나?” 좋다고 한다. 밖을 보니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았다. 다른 방도를 찾아야 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녀를 보자는 것에 합의를 하고 집을 나섰다.

 

일영유원지 못 미쳐 주택가 골목에 송어횟집이 있다. 옛날 가옥을 식당으로 개조하여 영업을 하고 있는 회집은 마당을 비롯하여 골목어귀까지 차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다. 서비스는 좋지 않았지만 송어 회만큼은 푸짐했다. 바람 부는 언덕에 상차림을 하고 푸른 숲을 보며 붉은 송어 살을 야금야금 씹어 먹었다. 빗방울이 굵어졌다. 온도가 내려가고 맑은 공기가 계곡을 타고 불어오자 취함이 느릿느릿 술은 술술 넘어갔다.

 

장흥유원지로 장소를 옮겨 파전에 동동주를 마시다보니 어둠이 내렸다. 분위기에 상기된 여인들은 라이브카페를 가자고 한다. 누구하나 거절하는 사람 없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을 가로질러 총각 때 왔었던 ‘예뫼골’로 안내 했다. 장흥유원지계곡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그녀들은 손전화로 그림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차와 술이 있는 카페는 조명이 흐릿하고 차분한 음악이 깔려 가만히 있어도 취했다. 처녀시절 데이트 하던 기분이라며 좋아 하던 그녀는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처녀총각이 되어 나눈 무수한 대화는 그 옛날 추억을 아름답게 포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