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갈 길 바쁜 단풍

말까시 2012. 10. 22. 16:35

 

 

 

◇ 갈 길 바쁜 단풍

 

 

 

 

 

붉게 물든 도봉산에 엄청난 인파가 산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갔다. 하늘에는 얕은 구름이 살짝 드리워져 있고 엷은 연무가 시야를 가려 먼 곳의 풍경은 희미했다. 초입부터 이어진 사람들의 꼬리는 ‘우이암’ 정상까지 끊이질 않았다. 낮은 곳에서부터 이어진 단풍은 오르면 오를수록 짙어져 무수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직 푸른색을 다 버리지는 못했지만 형형색색 단풍은 어느 것 하나하나 같은 색 없이 다양했다. 그늘진 암벽사이에 위태롭게 자라있는 키 작은 단풍나무는 붉은 색을 금방이라도 토해낼 것처럼 영롱했다.

 

도봉산역을 나와 계단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산사람들은 멈추어 서있었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횡단보도에서부터 뒤로 역 계단까지 늘어져 있었던 것이다. 막바지 단풍을 즐기려는 중장년층의 산님들은 도봉산으로 다 몰려나온 것 같았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저 멀리 높은 산을 향하여 새벽같이 달려 나갔을 것이다. 만남의 장소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매표소까지 이어진 먹거리는 코와 눈을 자극했다. 이미 자리를 잡고 막걸리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차도와 인도를 할 것 없이 빼곡히 들어선 산님들과 노점상들이 뒤엉켜 가고자 하는 버스의 길을 막았다. 화장실도 넘쳐 났다. 전날 과음으로 급한 사람들은 괄약근을 조이느라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도봉산을 오르는 길은 많았다. 가장 무난한 왼쪽 보문능선을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실버코스라 그런지 노인분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주 젊은 처자들도 눈에 띄었다. 참나무는 벌써 무수히 많은 낙엽을 길바닥에 뿌렸다. 낮은 곳에 나무는 푸름을 그대로 간직한 채 시원함을 선사했다. 녹색을 잃고 물들어 낙엽이 되려면 찬바람이 더 불어야 할 것 같다. 잎이 작은 아카시아나무는 노란색으로 탈바꿈하여 가늘게 떨었다. 구름이 겉이기 시작하면서 살짝 나타난 햇살은 나뭇잎사이로 파고들어 붉게 물든 단풍의 색감을 강렬하게 비추었다.

 

벼랑 끝 절벽위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무엇인가 마시고 먹으면서 풍광을 즐기는 다정한 중년남녀가 눈에 들어 왔다. 남녀는 검은색 등산복으로 치장을 했다. 눈을 찡그려 잡아당긴 화면은 가관이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맛깔스런 음식이 상대방 입으로 전달되는 모습이 선명했다. 간간이 즐거운 나머지 웃고 즐기는 듯 어깨가 들썩였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부러운 눈치로 쳐다보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전방을 주시한 채 풍류를 즐기고 있는 두 남녀가 한없이 보기 좋았다.

 

수도권에 둘러싸여져 있는 산은 돌산이 아닌 곳이 없다. 정상에서 바라다본 풍광은 동쪽으로 ‘자운봉’이 우뚝서있고 서쪽으로 ‘백운대’가 그 위용을 과시했다. 사방팔방 수많은 바위와 바위는 기암괴석을 만들어 즐거움을 주었다. 대롱대롱 매달려 암벽을 타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다. ‘우이암’을 뒤로하고 칼바위를 비껴서 바위사이를 뚫고 석굴을 지나 내려가는 길은 작은 쾌감을 안겨다 주었다. 하산길 역시 산은 오색물결 단풍을 곳곳에 숨겨놓고 하나씩 꺼내 보여주었다. 오르면서 힘들었던 고통은 정상에서 희열을 맛보며 달아나 뒤풀이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에 깡그리 사라졌다. 가을은 정상에서 시작하여 빠르게 낮은 곳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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