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하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도 않은 말 "공부좀 해라"

말까시 2012. 8. 16. 14:37

 

 

하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은 말 “공부 좀 해라"

 

무척이나 많은 비가 내렸다. 우산위에서 떨어지는 비의 충격에 그 소리는 콩 볶는 것보다 더 요란했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모가지가 끈적여서 못살 것 같은 뜨거운 날의 연속이었지만 무섭게 내린 굵은 빗줄기 덕에 더위는 한풀 꺾이었다. 비갠 날 하천 둔치 풀밭에 코스모스가 보이고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니 가을이란 단어를 연상케 한다. 녹조류가 자라다가 폐사하여 검게 변했던 하천 바닥이 깔끔하게 세척되어 모래가 구슬처럼 선명하다.

 

“너 요즈음 왜 공부 안하고 애들 마냥 총을 갖고 놀기만 하니. 그래가지고 대학에 갈 수나 있겠어. 학원비가 얼마나 들어가는 지 알기나 해. 느그들 학원비 대느라 뼈 빠지게 일하는 거 안보여. 이제 게임은 끊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니.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엄마가슴에 천불이 난다는 것을 넌 모르니. 왜 그래. 공부하기 싫어. 좀 하는 것 같아 안심을 했는데 요즈음 야자도 빠지고 학원도 가기 싫다고 하고 도대체 이유가 뭐야. 말 못할 고민 있어. 누나는 밤늦게까지 열심히 공부 하는 거 안보여. 학기 초 열심히 하여 성적이 좀 올라 고무되었는데 정말 실망이 크다. 부탁한다. 아들아! 정신 차리고 공부 좀 해라.”

 

아내는 아들을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목이 타는지 냉장고 문을 열어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고는 단단히 벼룬 듯 아들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아들놈 역시 엄마를 노려보며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코를 실룩거리고 눈을 깜박거린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방으로 가려는 아들을 돌려세우고는 열변을 토하기 시작하는 아내의 얼굴에는 핏줄이 탱탱하게 부어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멈추시오.”

 

“엄마는 공부만 하라고 하면 그만이야. 학원비만 대주면 모든 것이 저절로 되는 줄 알아. 선생님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어른들은 공부! 공부! 공부해라 외쳐대는데, 그 소리만 들으면 정말 미칠 것만 같다는 것 알기나 해. 나도 왜 공부를 하고 싶지 않겠어. 학기 초에는 단단히 맘먹고 열심히 했어. 하지만 지난 9년 동안 놀다가 갑자기 빡세게 돌아가는 학교와 학원생활 적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 쌓여 예전에 갖고 놀던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겨 본거야. 총알이 날아가 표적을 관통할 때면 가슴이 후련해지고 답답함이 사라지는데, 이게 뭐가 잘못 된 거야. 학원 끊어 버리고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야겠어. 능률도 오르지 않는 학원 무턱대고 다닐 순 없잖아. 엄마도 무조건 공부만 하라 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공부 방법을 좀 연구 좀 하여 진지하게 토론을 해보자고. 엄마! 나도 답답해 미치겠어.”

 

아내와 아들은 마주보고 한참을 다투었다. 해결의 실마리도 없이 다툼은 끝났지만 마음의 골은 깊어져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들이 하는 말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정확히 꽤 뚫고 있지만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않은데서 실망을 하고 결국 포기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항상 담고 다니는 것이 대부분 학생들이다. 학교 수업이 상위층만을 위한 교육으로 전락하여 아이들은 늘 불만이라고 한다. 좀처럼 고쳐지지 않은 병폐이다.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우수학생들이 가는 길을 딸아 가야 할 것인가. 여기서 모든 것을 접고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인가. 부모는 학교 잘 다니고 학원에 빠지지 않으면 안심을 한다. 그것이 상책이 아니다. 결과를 보고는 아연질색하고 만다. 아이들이 즐겨 할 수 있는 공부 그것은 요원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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