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가슴벅찬 대부도

말까시 2011. 9. 26. 16:05

 

  

"가슴 벅찬 하루를 안겨준 대부도

미친 듯이 뛰놀던 지천명의 아이들

붉은 빛을 토해내는 낙조의 황홀감에 한동안 넋을 잃었다."

 

대부도를 진입하는 길은 방조제였다. 그 위에 차는 달리고 있었다.  어디가 호수이고  어느곳이 바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왼쪽이 호수라는 짐작이 있을 뿐 양쪽의 물은 검푸른 흑갈색이었다. 나무가 없는 바다는 물결치는 정도로 바람의 세기를 가늠할 수가 없다. 방조제 끝 무렵에 설치된 거대한 풍력발전소의 날개가 돌아가는 것으로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암시할 뿐이다.

 

바다가 더 이상의 육지를 갉아먹지 않도록 해안가를 따라 콘크리트 방벽이 쳐 있었다. 그 길을 걸었다. 따가운 햇볕은 머릿속을 파고들어 뜨거움을 전했다. 얼굴을 반이나 가린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인들은 누가 누구인지 분간 할 수 없었다. 찰랑거리는 모자에 흘러내리는 옷차림과 살짝 감추어진 귀걸이에 눈이 부실뿐이었다.

 

평평한 해안가는 큰바람이 없었다. 단지 잔잔하게 흐르는 살랑바람만이 주위를 맴돌았다. 목조로 지어진 펜션은 비바람에 그을려 회색빛 차가움을 눈앞에 내려놓았다. 정성이 부족한 작은 나무가 그늘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월의 힘을 더 받아야 할 것 같다. 삭막한 자연에 비해 그 안에 살포시 앉아있는 호랑이들의 이미지는 내공이 상당한 듯 광채가 어려 있었다.

 

펜션 마당에 여장을 풀고 저 멀리 밀려간 바닷물에 시선을 돌렸다. 갯벌에 새들은 먹이 감을 찾기 위해 주둥이를 바삐 움직였다. 저 멀리 출렁이는 바닷물 사이로 사람들도 움직였다. 무엇인가를 낚아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갑자기 펼쳐진 풍광에 친구들은 바닷가를 등지고 포즈를 취했다. 셔터를 누르는 사나이는 신이 난 듯 뭉텅한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날뛰었다. 머리를 맞대고 들여다 본 화면에는 선남선녀의 화려한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배가 고픈 듯 한잔 술을 털어 넣고는 포도송이를 우직하게 씹어 삼켰다. 신선한 바람이 시익하고 다가 왔다. 밀폐된 공간에서 마신 복분자의 향에 잠시 몽롱했었지만 알코올은 역부족이었다. 취기가 오르려 하면 바람이 잡아 가고, 마시려 하면 빈병이고, 해안가 신선한 공기는 취함을 용납하지 않았다. 거칠게 썰어낸 날고기를 된장에 찍어 배를 채우고 뼈째 썰어낸 전어회 맛에 놀란 호랑이들은 술병을 무수히 비워냈다.

 

홀 안은 우리들의 독무대였다. 구슬프게 퍼져나가는 잔잔한 발라도 음악에 심취해 게슴츠레 뜬 눈은 움직임이 없었다. 쾅쾅 울려 퍼지는 댄스음악이 나올 때면 둘이 하나 되고 또 하나가 여럿이 되어 무리가 되었다. 목이 터져라 불러도 마음대로 흔들어 부딪혀도 얼굴 붉힐 일은 없었다. 목마르면 술 한 잔, 배고프면 고기 한 점으로 욕망을 채우면 그만이다.

 

가을 소풍의 말미에 벌어진 족구는 축제의 묘미를 새롭게 했다. 다 같이 하나가 되어 응원하고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는 대부도 섬을 한 바퀴 돌고도 남았다. 체력이 모자라 힘에 부쳤지만 하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해질 무렵 만찬에 색깔 없는 묵은지로 감싸 씹어 삼킨 돼지고기의 맛은 그날의 음식 중 최고였다. 들마루위에서 울려 퍼지는 7080음악은 그리움을 잡아왔다. 음악에 젖어 동화되는 순간 기울기 시작한 태양은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낙조를 배경삼아 홀로 찍고 뭉쳐 찍고 다 같이 만들어 낸 그림은 오래오래 가슴속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붉은 태양이 바다 속으로 풍덩 빠졌을 때 우린 그곳을 떠났다. 가슴 벅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