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장어가 정력제인가

말까시 2008. 5. 16. 16:42
 

◇ 장어가 정력제인가


장어가 정력제인가. 항간에 떠돌아다니는 정력제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장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장어하면 맛에 있어서 민물장어가 최고이다. 바닷장어도 요리사의 손놀림에 따라 나름대로의 맛을 뽐내지만 그 맛에 있어서는 민물 장어를 따라올 재간이 없다. 서민들에게는 가격이 좀 비싸서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가끔 먹을 기회가 있어 소주와 곁들이면 그 맛이 좀처럼 입안에서 가시지 않는다. 그 맛을 �아 여행을 떠나 보기로 하자.


일전에, 어린이날에 어디를 갈까 망설이다가 동서의 애들도 어리고 해서 함께 만나 저녁이나 할까 하고 제안을 했다.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그 자체가 좋은 것이다. 이내몸은 이리저리 할일이 많아 아내와 애들을 먼저 보내고 저녁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경기도 외곽 길은 좀 무섭기까지 했다. 평소 자가용을 이용하여 다니던 길을 택시를 타고 가려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가 오는 관계로 택시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어렵사리 잡은 택시는 목적지를 말하자 거금 2만원을 달라고 했다. 할 수 없었다. 가자 하니 달리기 시작하는 택시는 빗길을 총알 같이 달렸다.      


슈퍼에서 애들이 좋아 하는 아이스크림과 대용량 맥주 한통을 샀다. 가공되어진 오징어도 한 마리 샀다. 문을 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애들은 순식간에 아이스크림을 낚아챘다. 너무나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저녁만찬은 이미 끝나고 여인들만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잠자는 동서를 깨워 시원한 맥주를 하면서 밤의 여정을 즐겼다. 애들은 장난치며 놀다가 이따금씩 내일의 일정에 대하여 물어보곤 했다. 아주 맛있는 장어를 사준다고 뻥을 쳤다. 장어의 맛을 아는지 애들은 조용히 자기들 방으로 사라졌다.


날이 밝았다. 어린이날이 밝아 온 것이다. 아침을 먹자마자 장어를 먹으러 빨리 나가자고 졸라댔다. 두 대의 차로 이동하여 목적지를 정하고 떠났다. 거리에는 차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가다보니 서로 앞차와 뒤차의 간격이 벌어져 결국 잃어버리고 말았다. 새로운 길이 임시 개통되어 길이 어긋나는 바람에 가도 가도 목적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산골자기 외길로 들어서다 보니 경기도 최북단 전곡리 선사유적지까지 가게 되었다. 동서와 연락을 해보았더니 서로 반대 방향에 있었다. 시간이 상당히 흘러 배고프다는 애들의 성화에 못 이겨 각자 식사를 하기로 했다. 다시 오던 길을 더듬어 어렵게 매운탕을 하는 식당을 찾았다. 메기매운탕과 장어 1kg을 주문했다. 맛이 없었다. 주방에서 양념을 발라 구워온 것을 보니 중국산이 분명했다. 한번 냉동했으니 양념을 발라본들 장어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날 리가 없었다. 속았다.


일주일 후 장어의 제 맛을 맛보기 위하여 다시 떠났다. 남양주 쪽 수락산 뒤 청학리라는 동네 어귀에 민물장어를 숯불에 맛깔스럽게 구워주는 허름한 식당이 있다. 산행하고 하산하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곳이다. 왕소금을 뿌려 노릇노릇하게 구워 놓은 장어를 볼라 치면 금시 입안에 침이 고인다. 꼬리가 움직여 징그럽다 하면서 망설이던 딸래미도 한 조각 먹어보더니만 잘도 주어먹었다. 아내도 어린이날 먹던 장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하면서 상추쌈을 연신 입안에 넣었다. 아내는 꼬리가 정력제라는 것을 아는지 연신 내 앞으로 옮겨다놓았다. 난 그날 장어꼬리 세 토막을 혼자 다 먹었다. 그날 저녁 배탈이 나서 아래로 다 쏟았다. 밤이 오기만을 잔뜩 기대했을 텐데·····. 내심 아내에게 미안했다. 장어가 정력제라는 것은 낭설이다.


“삼시세끼 밥 잘 먹는 것이 보약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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