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망상

말까시 2008. 2. 12. 18:35
 

◇ 망상


세상이 뒤숭숭하다. 설 명절 연휴가 끝나갈 무렵 망령이 든 한 노인의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전 국민을 슬프게 했다. 서울의 관문 아니 대한민국의 상징인 숭례문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으니 이일을 어디에 하소연할지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관할 관청이나 소방당국의 우왕좌왕 허둥대는 바람에 불길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며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것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인수위에서는 장미 빛 정책을 마구 쏟아내고 있지만 주변정세는 별로 좋아 보지 않는다. 주식은 오르락내리락 한치 앞을 내다 볼 수가 없다. 명박정부가 탄생하기도 전에 여기저기 악제가 터져서 목표한 것들을 제대로 이루어 낼지 걱정이 앞선다. 세상에 부는 바람아 제발 잔잔하게 불어다오. 시작도 하기 전에 강한 린치를 가하면 지레 겁먹어 주저앉는 법, 국은 상승의 기회를 막지만 말아다오. 


바깥바람이 심상치 않다. 미국경제의 침체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부동산열풍에 풀린 돈이 산더미처럼 쌓여 부실채권이 쏟아지기라도 하면 일순간에 버블 붕괴로 까지 이어져 치유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는다. 이웃 일본도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이란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잘나가던 미국경제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치루누라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 상승으로 은행에서는 채권회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덩달아 얼어붙은 소비는 미국경제를 더욱더 곤경에 빠트릴 거라는 좋지 않은 소식들이 마구 들려온다.


주변정세가 이렇게 복잡하게 흐르고 있는데 과연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는 요지부동일까. 좁은 땅덩어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살기 때문에 한정된 부동산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이구동성인데 함께 동참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것이 보통사람의 생각이 아닐까.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만에 하나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제2의 IMF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한나라당은 정권창출에 여흥을 즐길 여유가 없다. 어느 때 보다도 정책당국자들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난 새가슴이다. 그리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하여 기회를 잃는다. 위험한 장사는 하지 않는다. 안정위주의 일처리로 추진력이 남보다 뒤떨어진다. 그러나 아내는 용감했다. 얼마 전 펀드열풍에 휩싸여 큰돈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해외 펀드에 가입했다. 가입하자마자 빠지기 시작한 원금은 내리막이 어딘지 모르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개미군단이 달려 들 때 발을 빼야 하는데 그 들과 함께 했으니 이제 한숨만 크게 내쉴 일만 남았다. 아내는 없는 셈치고 장기간 묻어 놓으면 해뜰 날이 있지 않겠느냐고 위안을 삼자고 하는데 그날이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영원히 안 올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도 든다.       


머리의 생각은 꼬리를 물고 물어 가타부타 말이 없다. 요즈음은 밤도 길고 낮도 길다. 그만큼 할일도 많고 생각도 더욱더 깊어진다. 낮에는 흑백이요 밤에는 술로 화장하여 칼라로 사는 횟수가 잦아진다. 복잡한 일 잠시 잃고 사는 방법치곤 유치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여친 들은 화장을 하여 칼라의 마술을 맛보는데 술을 전혀 못하는 친구들은 칼라의 얼굴을 만들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불안한 세상을 이겨내는지 알쏭달쏭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