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얼굴의 미학

말까시 2007. 5. 20. 09:51
  

“인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그리운 얼굴이 생각날 때 마다 흥얼거리던 노래 말이다. 얼굴, 우린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얼굴들을 만나게 된다. 이 세상에 그렇게 수많은 얼굴들이 있지만 얼굴이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일란성 쌍둥이라 할지라도 자세히 드려다 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혹 태어날 때의 모습은 같을지언정 먹고사는 방법에 따라 아주 다른 모습으로 변해만 간다. 환경에 따라 변해가는 얼굴형상은 천차만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임신 초기의 엄마 배속에서 다소곳이 눈감고 있는 그 모습, 얼마나 사랑스럽고 평화스러운가. 머리 즉 얼굴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 팔다리가 생기면서 사람의 전체모습을 볼 수 있다. 단지 초음파의 힘을 빌어서 화면상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그림이지만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아기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잠시 행복이란 단어를 상기할 수가 있다. 삶이 지치고 힘들어 일그러진 보통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를 돌게 하는 것도 방긋 웃는 아이의 얼굴에서 시작된다. 


어둠 속에 비쳐진 맑고 깨끗한 얼굴들이 세상에 태어나서 수만은 정보를 보고 듣고 기억하면서 아주 다양하게 변해만 간다. 레코드판은 수많은 정보를 아무리 많이 저장해도 모습 그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정보의 많고 적음, 좋은 정보 나쁜 정보에 따라 수만 가지의 형상이 나타난다. 추악한 모습에서 성인군자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비쳐주는 것이 얼굴인 것이다.


컴퓨터의 모니터 같은 얼굴을 가꾸려고 아주 많은 공을 들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안하고 화장을 하여 아름답게 꾸미려고 장시간을 거울 앞에 머무른다. 그것으로 모자라서 마사지에 얼굴 성형까지 이뻐지려는 노력은 끝이 없다. 길을 가다가도 거울이 나타나면 발을 들었다, 놓았다 돌리고 돌려 기어코 뒤 모습까지 챙기는 것이 여자들의 행동이다. 특히 여성분들은 쇼핑을 하다가도 자기의 모습이 희미하게 나타나는 작은 반사 물건이라도 만나면 걸음을 멈추고 열심히 들여다본다. 굴절되어 나타난 얼굴 모습이 아름다울 리가 없다. 순간 오만가지의 인상을 밖으로 표출하고 바로 피부 관리실로 달려간다. 그 몇 번의 얼굴 마사지에 잠시 탄력을 찾을지 모르지만 전체의 화면을 뜯어 고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름답게 꾸미기 위하여 아낌없이 투자를 하지만 결국 지갑만 텅 텅 비고 만다.   


반세기 전만 해도 부모가 만들어 주신 소중하고 귀한 육신을 털끝만큼이라도 다칠세라 쇠붙이를 멀리 했다. 잘못 휘두르다 들키기라도 하면 혼 줄이 났다. 그렇게 소중히 간직해온 육신에 조폭들이나 했던 문신을 아무 거리낌 없이 눈썹에 그려 넣는 것을 보면 지하에 계시는 조상님들이 대성통곡할 일이다. 한 술 더 떠서 아이라인까지 그어버리는 용감한 여성분들도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생명이 다하여 숨이 멎었을 때 영혼에 그어진 검은 두 줄을 염라대왕께 무어라 해명할 것인가. 영특하지 못한 염라대왕은 조폭과 구별을 못하여 지옥의 구렁텅이로 밀어 버릴 것이 뻔한데 그 때가서 후회 할 것인가.  


비뚤어진 얼굴을 고치는 성형은 아주 짧은 시간에 고칠 수 있지만 얼굴에 나타나는 인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빛을 보고 공기를 마시면서 수많은 양식을 쌓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근면 성실하게 삶을 누린 자만이 아름다운 인상을 간직 할 수 있다. 엄마 배속에 있을 때의 맑고 깨끗한 그 모습을 고스란히 갖고 하늘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