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의 힘
한국의 온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알아주는 최고의 난방시설이라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연구논문이 이 따라 발표됨에 따라 그 우수성이 널리 알려졌다. 지금 일본에서는 온돌난방을 하는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서구에서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경사회가 주류를 이루면서 대대손손 땅을 일구면서 살아왔다. 새벽에 일어나 하루 종일 산과 들에서 중노동에 시달리는 고단한 삶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지치고 피곤했던 육신은 쩔쩔 끓는 구들장에서 하루저녁만 자고나면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그렇다면 방바닥에서 우리 몸에 좋다는 원적외선이라도 나온다는 말인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증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온돌방에서 하루저녁만 자고나면 그 우수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즈음 시중에 우리 몸에 좋다는 각종 의료기기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선조들이 이미 다 해오던 것을 약간의 현대 기술을 접목시켜서 그럴싸하게 꾸며 놓은 것에 불과 하다. 온갖 감언이설과 과대광고에 속아서 집집마다 옥-매트 하나씩은 오래전에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난방이 안 될시 잠시 사용하는 데는 효용이 있을지 모르지만 장시간 건강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은 권장하고 싶지 않다. 이중삼중 전자파를 차단하는 보호 장치가 있다고는 하나 장작불에 달구어진 온돌방의 효능에 비할 수가 있겠는가.
우리 어릴 적 시골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산과 들에서 땔감을 조달하여 취사와 난방용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도시는 연탄을 주로 사용했다. 초창기는 온돌에 직접 가열하는 방식의 난방을 하여 많은 사람들이 연탄가스에 중독 되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그 이후 배관에 물을 데워 간접 가열하는 온수보일러가 나오면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온수보일러의 열기는 배관을 타고 방 전체에 골고루 열기가 전해지면서 아래 묵 위 묵의 구분이 없어져 버렸다. 한마디로 말해서 보일러 혁명이 일어 난 것이다. 그 기술이 그대로 현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온수보일러의 발명은 한시대의 난방문화를 확 바꿔버린 희대의 사건임에 틀림없다.
구들장의 재료는 평평한 돌이다. 한번 달구어진 돌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그 열은 천천히 방출되면서 방안전체의 온기를 새벽까지 유지한다. 서양의 벽난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벽난로는 대류에 의해서 전달됨에 따라 불씨가 꺼지면서 온기는 금시 사라진다. 그러나 구들장은 돌 전체에 고루 저장된 열기는 계속가열하지 않아도 서서히 열전도에 의하여 전달이 되기 때문에 아주 오래간다는 장점이 있다. 밤새도록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열기에 지친 몸이 사르르 녹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온돌의 힘이 우리나라 근대화의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그때 그 시절 집집마다 때가 되면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굴뚝에도 다 저마다 특징이 있다. 어떤 집에서는 하늘높이 팡팡 연기가 솟아오르는 굴뚝이 있는가 하면 어느 집은 연기가 굴뚝 상단에서 힘없이 흩어져 버린다. 다 이유가 있다. 바깥양반이 게으른 탓이다. 그런 집은 대부분이 가난하고 매일같이 다툼에 시끄럽다. 연기가 통하는 구들장 밑에 쌓인 이물질을 제거해주어야 연기가 굴뚝 끝까지 차고 올라가 하늘높이 솟아오르면서 방안 구석까지 열기를 전달해준다.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연기만 보아도 그 집 가장의 정력을 가름해 볼 수 있는 척도로도 간주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하루가 다르게 바삐 움직이는 현대인들, 특히 40대중반을 달리고 있는 호랑이들, 막힌 곳이 없는지 다시 한번 구석구석 살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뚫어야 산다. 막히면 죽는다. 땔감도 중요하겠지만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더 중요하다는 진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닌데 막히어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온몸을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자고 말하고 싶다. 그러자면 남보다 조금 부지런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