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삶의 넋두리

말까시 2007. 3. 10. 19:02
 

손바닥이 왜 매 말라 버린 것일까.


봄 햇살은 따스하게 내려 쬐는데 어찌하여 손목암지는 이리도 차단 말인가. 세상에 태어나 서 어머니의 손길에 잠시 따스했다가 생존경쟁에 함께 뛰어드는 순간부터 차가운 손길의 연속이었다. 객지 생활 내내 차가운 손으로 살다가 마눌을 만나면서 잠시 따스함을 느꼈었는데 이젠 아무도 손을 잡아 주는 이 없다.


빼곡했던 머리카락은 하나 둘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이마와 머리가 구분이 안 간다. 팽팽했던 배 가죽은 기름기가 잔뜩 끼어 거울에 비친 모습이 오뉴월 엿가락 늘어지듯 볼품이 없다. 새벽잠을 뒤로하고 벌떡 일어나 헬스장에서 몸부림쳐보지만 만양 그대로인 체중계 바늘을 보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봄 햇살이 점점 뜨거워지면서 짧아지는 여인네 치맛자락 사이로 보이는 하얀 속살에 정신 나간 남정네들, 애나 어른이나 눈동자가 팽팽 돌아간다. 육신은 볼품없이 찌글어 들었지만 마음하나는 이팔청춘인가 보다. 잠시 행복했던 순간은 펄럭이는 치맛자락이 멀어지면서 일순간에 허탈함으로 변해버린다. 초롱 했던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원망의 눈초리만이 허공을  자르고 있다.


불타오르는 가슴에서는 쿵쾅쿵쾅 요동을 친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요렇게 가슴을 뛰게 한단 말인가. 살살 불어오는 봄바람인가. 아니면 잠시 죽어 있던 말초신경이 살아났단 말인가.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스치고 간 것이 분명하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잠시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감정의 물이 조금씩 솟아나는 느낌이 든다. 몸속 깊숙이 숨어 잠자고 있던 말초신경이 하나둘씩 꿈틀거린다. 곧 생명의 씨앗이 꽃필 날이 머지않았나 보다.


봄의 열기가 온통 판을 치고 있는데 식어버린 손마디에서는 우두둑 관절 음만 요란 할뿐 좀처럼 뜨거워 질줄 모른다. 잠시 북풍의 찬 공기에 주춤하는 봄기운, 이번 주말을 마지막으로 힘차게 불어오는 남풍에 더 한층 몸 속 깊숙이 파고 들것이다. 겨우내 얼어 있던 육신에서 생명의 물방울이 쫄쫄 흐를 수 있도록 바람아! 바람아! 힘차게 불어다오.  


고비사막만큼이나 바싹 매 마른 손바닥에서는 손금의 윤곽이 희미하다. 자연 속에서 푹 빠져 사는 것도 아니고 흙먼지 뒤집어쓰고 막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찌하여 이렇게 손금이 망가진 것인가. 피부전문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을까. 아니면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저 멀리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게 죽도록 사랑한다고 말할까. 그렇다 그 옛날 죽도록 사랑할 때는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와도 손바닥에서는 항상 땀방울이 식을 줄 몰랐다. 만두피처럼 촉촉이 젖어 있는 손바닥에서는 사랑의 씨앗이 금방이라도 싹을 틔울 수 있는 금전옥답이었다. 


식어버린 손에서 뜨거운 열기가 다시 피어오르기 위하여 불타오르는 사랑을 하고 싶다. 하늘높이 쳐들어 태양의 복사열을 한주 먹 잡아 사랑의 시동을 걸어야겠다. 아주 가까이 있으면서 아주 멀리 보이는 가족, 무엇이 가족구성원의 사이를 이렇게 멀게끔 했는가. 이제 시작해야겠다. 손바닥에서 땀방울이 줄줄 흐르도록 아주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차가운 내손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도록 사랑의 손길들이여 내손 좀 잡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