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얼어버린 공주

말까시 2018. 12. 3. 09:38

◇ 얼어버린 공주

 

공주는 운전면허 시험에서 낙방했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버벅거리다가 감점이 누적되어 하차하는 수몰을 겪었다. 재차 시험을 보기 위해 접수는 했지만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괴감이 밀려와 견딜 수 없다는 공주는 운전면허시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오늘 재시험에 봉착해 있는 공주는 비가 오는 것을 보고는 “재수 더럽게 없네. 또 떨어지면 어쩌지”라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필기시험과 기능 시험은 가볍게 통과했다. 자신감이 드는지 "해볼 만하다"라며 “나름 재미가 있다"라고 했다. 주행연습을 하고는 "장난이 아니다"라며 걱정을 태산같이 했다. 강사의 말에 충실히 따랐지만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즉시 대처 못하고 방황하는 사이 강사의 지적에 자존심도 상하고 기분도 좋지 않아 마음에 상처를 입은 공주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주말 아내와 함께 주행코스를 돌았다. “아빠, 왜 이리 차가 많아” 편도 2차선을 달리는 내내 가 차선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빈틈이 없었다. 정지선, 교차로, 횡단보도, 안전지대 이것저것 설명하며 A코스를 완주하는데 근 한 시간을 허비했다. B코스는 A코스의 역주행으로 생략하고 D 코스를 하기로 했다. D 코스 역시 차량이 많고 끼어드는 차량이 빈번하여 거북이걸음을 했다. 착한 공주의 입에서 “제는 뭐야”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저녁을 먹는 내내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무엇인가 생각하느라 멈춤이 잦았다. “뭔 걱정을 그리도 하니” 공주는 젓가락을 식탁에 내려놓고는 “아빠, 걱정 안 하게 생겼어. 아빠, 엄마는 한 번에 붙었잖아. 아이 짜증 나”를 외치고는 자기 방으로 사라졌다. 아내는 못마땅한지 “별 결 다 비교하네”라며 혀를 찼다.

 

다음날 그러니까 일요일 운전 감각을 익히기 위하여 공터를 찾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구리한강시민공원 주차장이 넓고 괜찮았다. 아내는 집안일이 바빠서 동행하지 않았다. 어제와는 달리 도로는 한가했다. 신호를 몇 번 받지 않고도 금방 도착했다. 가는 내내 공주의 질문에 답하느라 입이 말랐다. 침을 삼키는 것으로 갈증을 해소하는 사이 넓은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정차를 하고 하차했다. 뒷좌석에 있는 공주는 내리지 않았다. “어서 내려” 그래도 움직임이 없다. “어서 내리라니까” 그때야 문을 열고 나왔다. 난 동승석에 탔다. 문을 열고 들어와 운전석에 앉았지만 경고음이 들려왔다. 초긴장 한 나머지 옷이 문짝에 끼어버린 것도 모르고 문을 닫았던 것이다. 안전벨트 줄도 엇갈려 비틀어져 있었다. “너 이러면 초장부터 탈락이다. 집중해” 공주는 문을 열어 옷깃을 빼고 안전벨트를 고쳐 맺다.

 

“어서 출발해” 공주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빠, 저 아우디 뭐야” 가만히 보니 뱅뱅 돌고 있었다. 젊은 총각인데 운전 연습 중이었다. “저 뒤로 천천히 따라가봐”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주차브레이크 풀고 어서 출발하라니까” 바짝 얼어버린 공주는 “아우디하고 부닥치면 어떡하지" 공주는 떨고 있었다. "뭘 어떻게 해. 집 팔면 되지“ 그 이후 “출발”을 여러 번 외쳤지만 꼼짝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