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집밥을 싫어하는 아이들

말까시 2017. 6. 29. 10:42

 

우리 집 아이들은 아내가 늦게 오거나 집에 없는 날은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집 밥은 맛이 없다며 반찬 투정을 서슴지 않는다. 고기라도 볶아 내야 몇 숟가락 뜬다. 달달하고 기름진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통닭, 피자를 하루걸러 주문한다. 건강에 좋지 않은 배달음식을 자제하라고 해도 소용없다. 이미 중독되어 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인지도 모른다.

 

어제저녁은 외식을 했다. 아내가 모임이 있다며 늦게 온다는 문자를 받고 아이들 의중을 물었더니만 두말없이 외식하자고 한다. 저번 주말에도 장모님 모시고 외식을 했다. 한 끼도 아닌 점심과 저녁을 말이다. 질릴 법도 한데 서슴없이 외식을 하자고 하는 아이들은 김치와 국을 곁들인 집 밥은 머리에서 지워버리려는 것 같다.

 

편안함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걷는 것도 싫어한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차를 타고 가자고 한다. 배불리 먹고 산책하듯 걸으면 소화도 잘되고 더불어 건강도 챙길 수 있다고 설득해도 막무가내다. 아이들 의견을 존중하여 상전 모시듯 해준 나의 불찰, 이젠 치유할 수 없는 중병에 걸린지도 모른다.

 

오늘은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차를 타고 가는 일은 없다. 집 근처에 있는 식당은 식상하다. 여기서 5백 미터 떨어진 곳에 감자탕을 아주 잘하는 곳이 있다. 무조건 따라와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 타고 가면 안 돼”라며 인상을 찌푸린다.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차를 타고 간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말하고는 집을 나섰다.

 

집 밥을 먹긴 싫고 그렇다고 주문해서 혼자 먹긴 그렇고 잔머리를 굴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집을 나선 나는 승강기 앞에서 기다렸다. 꼭대기 층에 머물러 있던 승강기는 무섭게 내려오고 있었다. ‘애들과 기 싸움에서 지면 안 된다. 절대 양보는 없다. 나오지 않으면 나 혼자라도 갈 것이야' 주먹을 불끈 쥐고 각오를 다지는 순간 두 놈이 나타났다.

 

승강기는 1층에 멈추어 우릴 내려놓았다. 길거리엔 어둠을 거두기 위해 가로등 불빛이 반짝였다. 식당을 가는 내내 얼마 남았나를 수시로 물어보았다. 걷는 것이 그렇게 싫단 말인가. 편안한 것만 추구하는 아이들이 깨달음을 터득하기까지 얼마나 더 삶을 살아야 할까. 감이 잡히지 않는다.

 

밥을 먹고 나와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캐리어를 끌고 가던 할머니가 말을 걸어온다. “학생! 내 얼굴에 하얀 것이 묻어 있지 않은가” 아들이 대답하기 전에 내가 답을 해주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방긋 웃으며 좀 전에 땀이 나서 화장지로 닦았다며 말을 이어간다. “아들과 딸이 맞습니까.” 하고는 아이들과 나를 번갈아 본다. "예 그렇습니다." 할머니는 횡단보도 롤 건너면서 아들과 딸이 참으로 예쁘고 잘 자랐다며 아빠는 형님 같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저 할머니 이상한 것 아냐” 하고는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난 “지극히 정상입니다.”라고 되받아 쳤다. ♬룰루랄라♬ 기분이 너무 좋아 발걸음이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