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

갈매왕국(29)

말까시 2016. 8. 19. 08:51

◇ 희망의 불꽃을 다시 밝혀봅시다.

 

새벽이다. 한 마리의 매미가 처절하게 울어댄다. 아직도 짝을 찾지 못한 것 같다. 먼동이 트여 오는 아침 공기는 여전히 뜨겁다. 모기 모가지가 비틀어진다는 처서가 내일 모랜데 더위는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얼마나 덥길래 거실의 냉방기는 아직도 돌아가고 있단 말인가. 에너지 절약이란 단어를 잊어버린 듯 나 몰라하는 아이들은 구제 불능이다. 갈매왕국 역시 선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갈매왕국에 전쟁이 났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많은 분들의 노력 끝에 평화를 되찾았다. 이번이 두 번째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살다 보면 다툼은 기본이다. 다툼 없는 사회는 죽은 거나 다름이 없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만족이란 없다. 또 다른 것에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욕심 없는 사회 있을 수 없다. 과욕은 금물이지만 바램은 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작은 불씨가 화근이 되어 큰불을 만든다. 오해가 오해를 불러 걷잡을 수 없이 커지다 보면 수습하는데 있어서 난공불락에 빠진다. 섣불리 공격을 했다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칼에 찔린 상처는 금방 아물지만 세치 혀에 휘둘린 상처는 치유 불능이다. 조심해야 한다. 삼사일언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그만큼 말로 인한 상처는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악성종양과도 같다.

 

갈매왕국에 먼저 입성한 사람들에게 소음과 먼지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일같이 중장비가 드나들고 거대한 쇠기둥이 하늘을 날고 분양을 알리는 호객꾼들의 잡소리까지 들어야 한다. 신규 아파트다 보니 잡상인도 많다. 기쁜 마음으로 입주하여 평안한 삶을 누리려 했건만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도시기반 시설도 미완성되어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군다나 날씨까지 횡포를 부리고 있으니 폭발 직전이다.

 

지구 전체가 동시에 입주한다면 이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사항이다. 또 다른 문제가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정책을 입안하는 나라님들께서 갈매지구를 구상할 때 많은 것을 고려하여 단지를 배치하고 입주 시기를 조절했을 것이다. 내로라하는 박사급들이 설계를 하고 단지 조성에 들어가지만 문제없는 곳은 없다. 으쌰! 으쌰! 데모가 끊이질 않는 것을 보면 다툼은 필연인가 보다.

 

기대가 부풀면 실망도 크다. 엊그제만 해도 희망이 넘쳐났었다. ‘갈매지구 연합회’가 정식으로 발족하는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만사를 제쳐놓고 축하파티에 참석하려는 회원분들이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실망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누굴 원망하랴 스스로 자초한 것을...

 

지구가 완성되는 날 ‘갈매천 달빛축제’가 성대하게 개최되기를 손꼽아 기다렸었다. 댓글 싸움이 무수하게 벌어지는 것을 보고 실망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이러다가 갈매왕국이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아직 깃발을 올리지도 못했는데 여기서 무너진다면 갈매왕국으로 향한 눈길은 다른 곳으로 돌릴 것이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 분한 마음에 문을 열고 뛰쳐나간 블록 왕들이여 다시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