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왕국(9)
◇ 주말임에도 희망의 소리를 멈추지 않는 갈매왕국 하늘에서 펑펑 눈이 내린다. 함박눈이다. 거리에 내린 눈은 달리는 차들에 의하여 날아간다. 압착된 눈은 녹아버렸다. 주말 눈이 내린 시내는 한가했다. 우산을 쓴 처자들은 가끔 하늘을 처다 보며 손을 내밀고 눈을 받아 불어본다. 사르르 녹아내린 눈은 물이 되어 빛났다. 눈 사이로 새들이 날아간다. 점심을 두둑이 먹고 갈매왕국을 향하여 차를 몰았다. <기암괴석이 있는 정상> ‘새우개고개’를 넘어 진입한 갈매왕국에는 공사소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길가에는 공사관계자들이 타고 온 자가용들로 가득했다. 시야 확보를 위하여 언덕으로 올라갔다. 주말임에도 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레미콘 차량과 포클레인이 내뿜는 둔탁한 소리는 ‘검암산’ 기슭을 강타했다. 그뿐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두드리는 망치 소리도 여간 시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주택가가 없어서 망정이지 공사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을 뻔 했다. ‘더샵’ 뒤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정상을 향하여 올랐다. 산책하는 사람 하나 볼 수 없었다. 길고양이와 들개를 조심하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콘테이나 박스도 있다. 검은 부직포를 둘러쓴 하우스도 보인다. 전기 시설과 가스통이 있는 것을 보니 사람이 사는 것 같았다. 산을 오르는 내내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넘어진 나무가 길을 가로 막았고 버려진 깡통, 쓰레기 더미, 산책로로 거듭나기 위해선 손길이 많이 가야 할 것 같다.
<위풍당당 더샵> 구리-포천 고속도로 역시 중장비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산허리를 허물어 들어난 황토 흙은 ‘우디안’ 저 멀리 이어졌다. ‘우디안’을 넘어온 고속도로는 산과 산을 두 동강 냈다. 산을 연결하는 구조물이 생긴다고 하나 옛 모습만 못할 것이다. 인간의 이기를 위하여 훼손된 자연은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천년만년이 흘러야 한다. 비용문제가 걸림돌이지만 터널식 고속도로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산은 고요 했다. 짐승도 보이지 않는다. 발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만이 적막을 깼다. 지천이 공사장으로 변한 ‘검암산’은 찾는 이 없이 한산하다. 사람이 다닌 흔적은 있었지만 오르고 내려오는 내내 그림자도 만나지 못했다. 정상은 몇몇 바위가 있어 그나마 보기 좋았다.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어 조망 할 수 있는 틈이 없었다. 갈매왕국을 내려다보고자 올랐던 것이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풍경소리가 정겨운 보현사>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더샵’은 ‘검암산’ 정상과 엇비슷했다. 외벽을 단장한 ‘더샵’은 그 위용이 대단했다. 고개를 바짝 치켜들어야만 꼭대기 층을 관망할 수 있었다. 오던 길 과 다르게 내려오다 보니 작은 절이 보였다. “보현사” 대웅전과 스님들이 기거하는 일반주택이 보인다. 불공소리도 참배객이 드나드는 소리도 없다. 대웅전 처마 끝에서 울리는 풍경소리만이 절간의 고요함을 달랬다. ‘더샵’을 시점으로 ‘푸르지오’를 지나 중앙로에 접어들자 학교 건물이 그 위용을 자랑했다. 외관도 괜찮았고 건물디자인도 멋졌다. 산마루길을 넘나드는 차량들이 제법 보였다. 고속도로 공사로 차단했던 것을 우회로를 만들어 임시 개통한 것 같았다. 갈매왕국의 가장 낮은 곳에는 하수재생처리장공사가 한창이었다. 갈 때마다 변화하는 갈매왕국, 입주하는 그날까지 희망과 기쁨을 안겨다 줄 소중한 곳이다. <공사의 속도를 내고 있는 푸르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