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취객의 횡포에 뿔난 승객들

말까시 2015. 12. 30. 15:52

 

      

       ◇ 취객의 횡포에 뿔난 승객들

늦은 밤 지하철에는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의자에 앉아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는 사람 주변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였다가 일으키기기를 반복하다말고 긴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열차가 달려오자 반사적으로 일으킨 몸은 열차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열차 안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둥을 붙잡고 간신히 중심을 잡은 취객은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무릎이 구부러지면서 주저 안고 만다. 지하철 안에는 벌겋게 달아 오른 취객들이 질러대는 소리로 시끄럽기가 시장 통 같았다.

열차는 역을 지날 때마다 조금 내려놓고 많은 사람을 태웠다. 점점 좁혀 오는 공간속에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도 많았다. 아침과는 달리 심야의 지하철 풍경은 볼 것과 들을 것이 많았다. 조잘대는 젊은 처자들이야기 속에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단어들이 쏟아졌다. 귀를 쫑긋하고 듣는 것에 재미를 보고 있을 무렵 저쪽 경로석에서 다툼이 벌어졌다.

경로석에는 노인 두 분이 앉아 있었고 맨 가장자리에는 한 아이가 서있는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열심히 듣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옆에는 노인 한분이 술에 취해 잡담을 늘어놓기 시작하다가 책을 읽어주는 엄마에게 시비를 걸었다. “아이에게 너무나 혹사시키는 것이 아니냐.”며 나무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는 책을 읽어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어른이 뭐라 하면 그만 할 것이지 계속하여 하는 이유가 뭐냐”며 귀찮게 했다. 주변사람들이 말류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아이의 엄마는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 했다. 하지만 술에 취한 노인은 “요즘 것들은 참으로 싸가지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어른이 말을 하면 들어야지 아이를 혹사시켜서 되겠냐.”며 반복하여 꾸짖었다. 여러 사람들의 눈총을 맞은 노인은 배우자로 보이는 할머니의 단속으로 주춤했다. 할머니의 따발총 같은 공격은 할아버지의 주정을 휘어잡았다. 지겹도록 들어왔던 술주정에 몸서리친다는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등짝을 치며 끌고 나갔다. 승강장에 내려서도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시대가 변한지도 모르고 케케묵은 논리를 늘어놓으면서 훈계하는 노인들이 종종 있다. 좁은 공간인 열차 안에서의 행태는 더욱더 꼴불견이다. 욱하는 젊은이들에게 걸리면 개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잘못을 타이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세상인데 술에 취해 멀쩡한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노인은 간이 배 밖으로 나와도 한참을 나온 격이다.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전철 에서 인생의 선배라고 충고한들 들어줄 사람 하나 없다. 누구나 나이 들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순발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기 때문에 말과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경로효친을 부르짖으며 존경받기만을 원한다면 큰 오산이다.